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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의 추억] 정명원 코치 “KS 노히트노런, 후배가 이어줬으면”

입력 | 2014-10-21 06:40:00

현대 정명원(kt 투수코치)은 한국 포스트시즌 역사에서 유일하게 노히트노런을 기록한 투수다. 1996년 한국시리즈에서 9회까지 무안타 3사사구 9탈삼진 무실점으로 호투해 4-0 승리를 이끌었다. 스포츠동아DB


2. 정명원 kt 투수코치가 말하는 ‘1996년 KS 4차전 노히트노런’

1회초 스트레이트 볼넷·사구로 대량득점 위기
삼진·플라이 처리하며 3사사구 9탈삼진 기록
“2004년 KS 배영수의 노히트노런 무산 아쉬워”

“지금도 팬들이 가을만 되면 저한테 꼭 그 얘기를 해요. 한국시리즈 노히트노런 말이죠. 그러니까 저도 잊을 수도 없죠.” kt 정명원(48) 투수코치는 한국프로야구사에 몇 가지 중요한 이정표를 아로새겼다. 그 중 현대가 첫발을 내디딘 1996년 역대 유일한 한국시리즈 노히트노런의 대기록도 빼놓을 수 없다. 그래서 가을잔치를 추억할 때 ‘정명원’이라는 이름 석자는 언제나 등장한다. 1996년 10월 20일 인천구장에서 열린 한국시리즈 4차전. 정 코치는 20일 스포츠동아와 통화를 하면서 그날의 기억을 더듬다가 “날짜도 잊지 않고 있다. 그러고 보니 바로 18년 전 오늘이네”라며 웃음을 터뜨렸다.

● 마무리 하다 선발로 파격 출격…1996년 한국시리즈 첫 노히트노런

김재박 감독이 지휘한 현대는 준플레이오프와 플레이오프에서 각각 쌍방울과 한화를 2승과 3승2패로 물리치고 기세 좋게 한국시리즈에 진출했다. 그러나 7차례 한국시리즈 무대에 진출해 모두 우승한 해태의 관록은 무시할 수 없었다. 현대는 3차전을 패하며 1승2패로 몰렸다. 현대는 마무리투수 정명원을 4차전 선발로 기용하는 파격적인 승부수를 띄웠다.

“3차전이 끝난 뒤 당시 김시진 투수코치님이 ‘4차전 선발 준비하자’고 하셨다. 4차전은 잡아야 다음이 있는 상황이었다. 팀에서 나를 원했기 때문에 나도 흔쾌히 그러겠다고 했다. 내가 그 시절 해태에 좀 강해서 그런 결정이 나왔던 걸로 기억한다.”

그러나 1회만 놓고 보면 노히트노런은커녕 자칫 대량실점을 할 뻔한 위기를 맞았다. 1회초 선두타자 이종범을 스트레이트 볼넷, 2번 동봉철을 사구로 내보내 무사 1·2루가 됐다. 홍현우의 희생번트로 1사 2·3루. 여기서 정명원은 이호성을 삼진, 박재용을 1루수 파울플라이로 처리하며 무실점으로 막아냈다.

“선발투수는 대부분 1회 중압감이 있다. 그런데 마무리를 하다 선발로 나섰고, 한국시리즈라는 큰 무대고, 우리 팀이 밀리고 있었기 때문에 그날 1회는 너무 긴장했던 것 같다. 1회 위기를 넘기고 나서 2회부터는 컨디션이 정말 좋았다.”

상대팀 선발 이대진의 공도 무시무시했다. 7회까지 0-0. 승부는 8회말에 갈라졌다. 선두타자 권준헌의 볼넷 후 손차훈의 희생번트를 이대진이 2루에 잘못 던져 권준헌의 몸을 맞았다. 무사 1·2루서 대타 이희성의 투수 앞 희생번트 때 해태 야수들이 1루를 비워두면서 무사 만루가 됐다. 여기서 박진만과 김인호의 연속 적시타, 계속된 2사만루서 이숭용의 2타점 적시타로 4-0으로 도망갔다. 정명원은 결국 9회까지 무안타, 3사사구, 9탈삼진 무실점으로 4-0 승리를 이끌며 한국시리즈 최초의 노히트노런을 완성했다.

● “18년 전 일 지금도 생생…내 기록 후배가 꼭 깨줬으면”

“벌써 18년 전 일이지만 아직도 그날의 기억은 어제처럼 생생하다. 솔직히 개인적으로는 나의 노히트노런이 계속 유일한 한국시리즈 기록으로 남는 것이 좋지만, 너무 오래 간다. 2004년에 삼성 배영수가 한국시리즈에서 10이닝 노히트노런을 하다 12회 무승부가 되면서 기록이 무산됐는데, 후배 중에 누군가가 꼭 포스트시즌에서 노히트노런 기록을 세워주기를 바란다. 이제 한국프로야구도 30년이 넘었다.”

정 코치는 당시 노히트노런의 분위기를 이어가지 못하고 5차전과 6차전에서 내리 패하면서 해태에 2우승을 내준 것이 지금도 못내 아쉽다고 기억했다.

이재국 기자 keystone@donga.com 트위터 @keystonel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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