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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속의 이 한줄]건반위 흑-백처럼… 다름을 존중하고 공존을 추구하라

입력 | 2014-10-21 03:00:00


《 전쟁이 끝나고 나면, 무엇 때문에 전쟁을 했는지조차 아무도 알 수 없어지는게 통례입니다. 전투는 샴페인 같은 거요. 그것은 비겁한 사람이나 영웅이나 똑같이 취하게 만들고 말아요.―‘바람과 함께 사라지다’(마거릿 미첼·동서문화사·1978년) 》  

이상한 가을이다. 체육행사 끄트머리에 내려온 북한 최고위급은 껄껄 웃고 갔는데 금세 전쟁이라도 벌일 듯이 다시 총질이라니. 일상인으로서는 당최 아리송한 일들이 이 땅에서는 너무 다반사다. 가만. 내가 너무 일상에 젖어 사느라 이 땅이 어떤 땅인지 잠깐 잊었던 건가.

그렇다. 한반도는 휴전의 땅이다. 언제든 다시 전쟁이 벌어질 수 있는 곳이다. 대학 때 한 선생은 남녀 성비의 현격한 차이가 전쟁을 불러일으킨다는 우스갯소리로 전쟁을 들먹이기도 했다. 그 정도는 아닐지라도 전쟁은 근본 ‘다름’에서 발발한다.

마거릿 미첼의 대하 전쟁소설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는 남부의 노예농장 타라와 전쟁 전후의 애틀랜타가 주무대이다. 흑백갈등보다는 백인들의 사랑과 처세가 주로 그려진 이 소설을 통해 백인들끼리도 서로 달라서 남북이 갈등했음을 알 수 있다.

전쟁은 광기이다. 죽음이 거기 얽혀 있기 때문이다. 한 사회가 광기에 휩싸이면 아무리 무시무시한 일도 비일비재로 용인된다. 그런 일이 물론 쉽게 벌어지는 건 아니다. 미군 장교 두 명이 북한군의 도끼에 맞아 죽은 8·18 판문점 도끼만행사건 이후에도 전쟁은 벌어지지 않았고, 빈번한 서해교전도 많은 생명을 앗아갔지만 확전으로 이어지진 않았다.

폴 매카트니의 ‘에보니 앤드 아이보리’ 노랫말을 보면 ‘흑과 백, 완벽한 화음으로 함께 살지. 내 피아노 건반 위에서 나란히 어울려 있듯. 옳지, 우리도 해보는 거야’라는 염원이 담겨 있다. 우리도 해볼 수 있을까, 다른 것끼리의 화음 만들기를. 이번에는 부디 다름을 존중하고 같음을 추구하는 존이구동(尊異求同)의 묘책을 찾기 바란다.

박유안 번역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