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국정감사]기업 길들이기 재연된 공정위 국감
줄줄이 불려나온 기업인 20일 공정거래위원회에 대한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 기업 임원들이 증인으로 출석했다. 앞줄 오른쪽부터 장민상 농심 부사장, 이갑수 이마트 영업총괄 대표이사, 장봉섭 현대아산 건설본부장, 이원준 롯데쇼핑 사장, 최태경 한성자동차 전무, 도성환 홈플러스 사장. 변영욱 기자 cut@donga.com
“3월에 시정 통보받고 7월까지 공정위와 내부감사안을 협의해서 만들었다.”(도성환 홈플러스 사장)
“홈플러스가 보따리 장사를 하는 것도 아니고 지금도 그런 행위를 하고 있는 것 아니냐. 그뿐만 아니라 개인고객 정보를 팔아먹는 등 많은 위법 행위를 하지 않았느냐.”(신 의원)
○ 재탕에 그친 ‘기업 국감’
이날 공정위 국감에는 이갑수 이마트 대표이사, 이원준 롯데쇼핑 사장, 소셜커머스 업체 임원 등 기업인을 포함한 11명이 일반인 증인으로 출석했다. 김장환 한국 암웨이 사장 등 기업인 3명은 개인적인 사유로 출석하지 않았으며 최치훈 삼성물산 대표이사, 정수현 현대건설 대표이사의 출석은 24일로 미뤄졌다.
증인 채택 사유는 대기업슈퍼마켓(SSM) 편법 확장과 물량 밀어내기 등으로 지난해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이상직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장민상 농심 부사장에게 “최근 대리점에 마이너스 통장 개설을 본사 차원에서 강요했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장 부사장은 해명을 하려 했지만 이 의원은 장 부사장의 말을 끊고 “왜 자꾸 엉뚱한 말을 하려 하느냐”며 “내가 (장 부사장을) 증인으로 불렀지 참고인으로 불렀냐”고 호통을 쳤다.
의원 대부분이 이미 공정위의 제재를 받은 사안들을 다시 지적하는 데 그치거나 답변을 듣기보다는 호통 치는 데 급급해 국감을 ‘기업 길들이기’에 무리하게 이용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일각에서 나오고 있다.
이날 일부 의원은 증언이 끝난 기업인들을 먼저 돌려보내는 방안을 제안했지만 다른 의원들이 “의원들의 지적을 보는 것이 기업인들에게 더 도움이 될 것”이라며 반대하기도 했다.
○ “CD 금리 담합 조사결과 조만간 발표”
오전 국감에서 답변에 나선 노대래 공정거래위원장은 “시중은행들의 양도성예금증서(CD) 금리 담합 여부와 관련한 증거를 많이 확보했기 때문에 가급적 빨리 처리하겠다”고 밝혔다. 공정위는 2012년 7월에 대대적으로 시정 조치한 CD 금리 담합이 여전히 이뤄지고 있다고 보고 올 8월 시중은행들을 상대로 현장조사를 벌인 바 있다.
노 위원장은 또 10월부터 공공기관들의 일감 몰아주기 등 불공정거래에 대해 과징금 부과 등 제재 조치에 들어가겠다고 밝혔다.
세종=김준일 jikim@donga.com·문병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