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험 경고문 무시하는 사회
대부분의 시민이 20일 서울 지하철 5호선 광화문역 에스컬레이터의 손잡이를 잡지 않고 타고 있다. 안전사고를 우려해 붙인 ‘손잡이를 꼭 잡으세요’라는 경고 문구가 무색하다. 박영대 기자 sannae@donga.com
○ 곳곳에서 무시당하는 경고 문구들
20일 오전 8시 35분 서울 지하철 5호선 광화문역. 역사 내 에스컬레이터 옆으로 ‘손잡이를 잡고 두 줄로 서세요’라는 경고 문구가 붙어 있었다. 그러나 취재팀이 에스컬레이터를 이용한 시민들을 10분간 관찰한 결과 60여 명 모두 손잡이를 잡지 않았다. 게다가 이날은 비가 왔는데, 일부 시민은 손잡이를 잡지 않고 우산을 지렛대 삼아 에스컬레이터 위에 위태롭게 서 있기도 했다. 이창우 숭실사이버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에스컬레이터가 항상 정상적으로 작동할 것’이라는 안일한 생각 때문에 경고 문구에 주의를 기울이지 않게 된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 교수는 “에스컬레이터는 전기·기계적 원인으로 언제든지 정지할 수 있다. 이 때문에 역주행, 급정지 발생 시 손잡이를 잡지 않은 시민들이 차례로 넘어져 대규모 인명피해로 번질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경고 문구를 무시한 시민들은 주택가 인근에서도 발견됐다. 이날 오전 서울 성동구의 한 아파트 지하 주차장 앞에서는 ‘출차주의’ 문구가 적힌 경고장치가 요란하게 경보음을 울려 대고 있었다. 그러나 주차장 앞 인도를 지나는 일부 시민은 발길을 멈추지 않고 유유히 걸어갔다. 경비원 A 씨(51)는 “현장에 가서 주의를 주면 오히려 싸움으로 번지는 일이 많다”고 고충을 토로했다.
○ 경고 문구 지키는 시민의식 필요
‘우리 사회 안전의식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라는 질문에 응답자의 50.9%는 ‘매우 부족하다’, 44.1%는 ‘다소 부족하다’고 답변했다. 연구원은 “해당 답변을 지수화한 결과 한국 사회의 안전의식은 100점 만점에 17점인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이는 2007년 유사한 조사 결과가 30.3점이었던 것에 비해 크게 후퇴한 것이다.
정윤철 trigger@donga.com·이샘물·최혜령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