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계기준 부재 지적받자 뒷북대응 “1m겂 당 100kg 무게 견뎌야 적합”, 건설업계 “여태 아무 말 없다가…”
‘판교 환풍구 추락사고’와 관련해 환풍구를 건축법상 구조기준이 있는 일종의 지붕으로 볼 것인지를 두고 정부와 관련 업계 사이에 논란이 일고 있다.
논란은 국토교통부가 20일 환풍구의 구조에 관한 규정이 존재한다고 밝히면서 불거졌다. 국토부는 “건축법의 적용을 받는 건축물이나 구조물의 벽체, 기둥 및 지붕 등은 국토부 고시인 ‘건축구조기준’에 따라 설계돼야 한다”며 “환기구도 통상 사람이 출입하지 않는 지붕으로 볼 수 있기 때문에 m²당 약 100kg의 무게를 견디는 구조여야 한다”고 밝혔다.
사고 이후 환풍구의 구체적인 구조기준이나 안전점검 규정이 없는 점이 사고의 원인 중 하나로 지적받자 뒤늦게 근거 조항을 찾아낸 것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전문가들에게 문의한 결과 환풍구에 대한 직접적인 기준은 없지만, 현장에서는 환풍구를 일종의 지붕으로 간주해 지붕의 구조기준대로 설계와 시공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2011년 국토부 홈페이지에 “지붕의 기준법령을 알고 싶다”는 질의가 올라오자 국토부는 “건축법상 세부기준을 명시하고 있지 않아 사전적 의미(건축물의 꼭대기에 씌워 비, 눈, 바람, 햇빛 등을 막아주는 덮개)로 볼 수 있겠다”며 “구체적인 사항은 해당 지역 허가권자에게 사실 판단을 받아보라”고 답했다. 사고가 발생한 유스페이스몰을 시공한 포스코건설은 “설계 당시인 2009년에는 환기구에 대한 건축기준이 없었다”고 말했다.
문제는 기준에 따라 설계나 시공을 했더라도 이번 사고를 막지 못했을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이번에 무너진 환풍구 덮개는 20m²(가로 4m, 세로 5m) 규모로, 기준상 최소 2000kg의 무게를 견디는 구조로 설계돼야 한다. 몸무게가 60kg인 성인 33명을 지탱할 수 있는 수준이지만 사고 당시 관객 50여 명이 올라가 있었다.
홍수영 기자 gae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