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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발불량 K-11소총, 엔진결함 F-35A… 멀쩡한 무기는 뭐냐”

입력 | 2014-10-21 03:00:00

[허술한 무기체계 논란]
여야 의원들, 국감서 방사청 질타




방위사업청장 ‘곤혹’ 이용걸 방위사업청장이 20일 서울 여의도 국회 국방위원회 회의실에서 열린 방위사업청에 대한 국정감사에 참석해 의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변영욱 기자 cut@donga.com

20일 방위사업청에 대한 국회 국정감사에선 주요 무기도입 및 개발사업 과정의 부실 의혹을 놓고 난타전이 벌어졌다.

여야 의원들은 수천억에서 수조 원의 혈세(血稅)가 들어가는 주요 전력증강 사업이 허술한 관리와 전문성 부족으로 차질을 빚고 예산을 낭비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일부 의원은 방위사업청 ‘폐지론’까지 주장했다. 이용걸 방위사업청장은 의원들의 지적과 비판을 조목조목 반박하고 해명하면서 공방을 벌였다.

새정치민주연합 김광진 의원은 방위사업청이 K-11 복합소총의 총체적 불량 사실을 알고도 양산을 강행했다고 주장했다. K-11 복합소총은 기존 소총의 5.56mm 탄환과 20mm 공중폭발탄을 동시에 발사할 수 있는 무기. 국방과학연구소(ADD)가 개발해 2010년에 양산에 들어간 이후 잦은 결함과 폭발사고로 논란을 빚어왔다.

김 의원에 따르면 올해 5월 말 국방기술품질원(기품원)이 실시한 ‘K-11 복합소총 전자파 영향성 실험’에서 시중에서 구입한 자석을 갖다대자 20mm 공중폭발탄의 격발센서가 작동했다는 것. 자성이나 전자파에 대한 취약성을 드러냈다는 지적이다.

하지만 방위사업청은 이를 숨긴 채 올해 7월 방위사업추진위원회에 양산 의결안을 올렸고, 이 과정에서 기품원의 반대 의견까지도 무시했다는 것이다. 김 의원은 “성능에 이의를 제기한 기관을 배제하면서 사업을 강행한 의도가 무엇이냐”고 질타했다.

이에 방위사업청은 “K-11 복합소총의 전자부품이 강력한 자성에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은 과거 두 차례의 폭발사고에서 지적된 내용”이라며 “지금은 소프트웨어 보완과 재설계로 보완을 마친 뒤 정상적으로 생산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새정치연합 안규백 의원은 차기전투기(FX)로 선정된 F-35A의 엔진 불량 문제를 따졌다. 올해 6월 미국 에글린 기지에서 이륙 도중 화재가 발생한 F-35A의 엔진 결함 사실을 방위사업청이 통보받고도 FX 도입 계약을 체결했다고 안 의원은 지적했다.

사건 이후 미국은 F-35A 기종의 비행을 한때 중단했고, 우리 정부는 9월 13일 미국으로부터 사고 원인 조사 결과를 통보받았다. 그로부터 10여 일 뒤 군 당국은 F-35A 40대를 대당 1835억 원(무기 운용유지비 포함)에 정부 간 계약인 대외군사판매(FMS) 방식으로 도입하기로 결정했다. 그는 “F-35A의 문제점을 개선하겠다는 미국 측 말만 믿고 수조 원이 투입되는 FX 사업을 강행하고 있다”며 사업의 투명성과 공정성에 문제가 있다고 비판했다.

이에 방위사업청은 공군과 함께 수차례 확인한 결과 해당 결함부품의 일부 설계 변경과 운용절차 개선을 통해 충분히 해결 가능한 것으로 판명이 됐다고 반박했다. 이 청장은 “제작사(록히드 마틴)의 개선 방안과 미국 정부의 공식 서한을 통해 해결 방안에 신뢰성이 있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군 검찰이 수사 중인 해군 구조함 통영함 납품 비리 의혹에 대한 성토와 비난도 쏟아졌다. 새누리당 정미경 의원은 “통영함 비리에 연루된 방위사업청 관계자들이 군내 고위직 등 ‘꽃보직’에 기용되거나 전역 직후 민간기업에 취직했다”고 비판했다. 정 의원은 “통영함 비리의 주범은 부실한 사업관리와 허술한 검증으로 일관한 방위사업청”이라며 “이럴 바엔 방위사업청을 없애야 한다”고 질타했다.

새누리당 송영근 의원도 “몇몇 직원이 마음만 먹으면 가격과 성능을 멋대로 조작하는 군납 비리가 언제든 재발할 수 있다”며 특단의 대책을 요구했다.

이에 이 청장은 “통영함은 사업관리가 아주 부실한 사업으로, 사전에 (비리를) 거르지 못한 데 대해 송구스럽게 생각한다”고 사과했다. 그는 “이런 사태가 재발하지 않도록 청렴 교육을 하고 획득제도에 대한 제도적인 개선책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아울러 ‘군(軍)피아’ 논란 차단을 위해 방위사업청 직원의 방산업체 취업을 제한하는 방안을 강구 중이라고 답했다.

윤상호 군사전문기자 ysh100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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