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개봉 ‘보이후드’ 6세 소년이 성인 되기까지 12년… 배우들 매년 3, 4일씩 만나 작업
‘보이후드’는 미국 어딘가 살고 있는 가족의 사진첩을 훔쳐보는 듯한 느낌을 주는 영화다. UPI 제공
미국 텍사스 주에서 이혼한 엄마(퍼트리샤 아켓), 누나(로렐라이 링클레이터)와 함께 사는 메이슨(엘라 콜트레인)은 2주에 한 번 아빠(이선 호크)를 만난다. 영혼이 자유로운 아빠는 철이 없고, 가정과 일 모두 완벽해야 하는 엄마는 남편 복이 없다. 엄마가 이혼과 재혼을 반복하는 동안 소년도 바뀌는 환경에 적응하며 성장해 간다.
주인공 메이슨을 연기한 엘라 콜트레인이 6세 꼬마에서 18세 성인으로 커가는 모습을 담은 사진들.
‘비포 선라이즈’ ‘비포 선셋’ ‘비포 미드나잇’을 통해 시간의 흐름에 주목했던 리처드 링클레이터 감독은 기념비적인 성장담을 만드는 데 성공했다. 특히 인생에 대한 성찰이 빛난다. 낡은 페라리를 몰고 다니던 아빠는 재혼 후 가족을 부양하기 위해 밴을 모는 보험 판매원이 된다. “아빠는 뮤지션 아니었느냐”고 묻는 아이들에게 그는 “인생은 비싼 것”이라고 답한다. 싱글맘으로 고군분투해 교수가 되고 자녀 모두 대학에 보낸 엄마는 기숙사로 떠나는 아들 앞에서 “이제 남은 건 내 장례식뿐”이라며 울음을 터뜨린다. “난 그냥, (인생에) 뭐가 더 있을 줄 알았어.”
감독의 페르소나인 이선 호크는 인터뷰에서 “살아가는 인생 자체가 아름답고 흥미로운 것”이라고 했다. 그 말을 증명하기에 이만 한 영화가 또 있을까 싶다. 15세 이상.
구가인 기자 comedy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