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정손실 환수법 추진] 나랏돈 축내는 공공기관-지자체 제재… ‘한국판 링컨法’ 내용은
○ 8억 빼돌리면 40억까지 징벌적 손해배상
복지예산 100조 원 시대에 접어들면서 정부의 재정지출 규모는 매년 늘고 있다. 하지만 이에 따른 재정집행의 책임성과 투명성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고 있다. 최근 5년간 기초생활수급자 부정수급액이 308억 원에 이를 정도로 누수가 심각했지만 환수율은 46.6%에 그쳤다.
8월 감사원 감사 결과 지난해 집행된 국고 보조금은 50조5000억 원으로 집계됐다. 문제는 보조금을 교부받는 민간단체의 도덕적 해이가 심각한 수준이라는 점.
다른 용도로 사용된 국고 보조금은 마땅히 환수해야 하지만 현행법상 예산을 집행한 기관이 직접 환수할 수 있는 근거가 미약해 부당하게 집행된 돈을 국고로 환수하지 못했고 이 같은 사례는 매년 되풀이돼왔다. 재정환수법이 시행되고 횡령의 고의성이 입증될 경우 최대 5배인 40억여 원을 돌려줘야 한다.
주무 부처가 산하 기관 등에 예산을 집행한 뒤 적극적으로 지도·감독하지 않았던 관행에도 철퇴가 가해질 것으로 보인다. 공공기관과 계약관계에서 발생한 부정·허위청구에 대해서도 손해액의 최대 5배까지 받아낼 수 있는 근거가 마련됐다.
재정환수법으로 징벌적 손해배상제도가 시행되더라도 결국 국가 예산으로 손해액이 충당되는 것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 권익위 관계자는 “최종적으로 돈을 수령한 기관이나 개인이 부정행위에 책임을 져야 한다는 것이 법 제정 취지”라며 “세금으로 환수가 이뤄지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 공공기관 방만경영 근절에도 적용 가능
하지만 지방자치단체가 벌인 자체 사업은 환수 대상에 포함되지 않을 수도 있다. 예컨대 지자체의 예산 낭비 사례로 꼽히는 인천시의 월미은하레일 사업은 800억 원이 넘는 예산이 투입됐지만 안전성 논란에 휩싸여 운행이 전면 중단된 상태다.
사업 자체가 실패했다고 해서 예산을 전액 환수할 수 있는 게 아니라 사업 과정에서 허위·부정청구 행위가 적발될 경우 징벌적 손해배상을 청구하겠다는 것. 다만 국내법상 5배까지 징벌적 손해배상을 받아낼 수 있도록 했던 전례가 없었던 만큼 입법예고 기간에 손해배상 범위가 축소될 가능성은 있다.
○ 국가재정 누수에 대한 통합 환수체계 갖춰야
권익위는 재정환수법의 실효성을 확보하기 위해 해당 기관의 제재부가금 부과처분이 확정되면 2년 이내의 범위에서 공공기관이 발주하는 사업에 참여하지 못하게 하기로 했다. 최근 3년간 2회 이상 제재부가금 처분을 받은 경우 부정이익이 3000만 원 이상일 때는 행위자 명단을 공표하도록 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재정환수법 제정 움직임이 구멍 난 재정을 메우기에는 세수만으로는 부족해 마련한 고육지책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정부, 지자체 등이 거두는 각종 부담금, 기여금 등이 합리적인지는 따지지 않고 일률적으로 체납 세금처럼 취급해 처벌하는 게 맞는지에 대한 논란이 불거질 수도 있다.
강경석 기자 coolup@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