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교 공연장 참사]경찰, 시공-하청-감리업체 수사확대
17일 경기 성남시 판교테크노밸리 환풍구 추락사고가 일어난 현장에서 경찰이 감식을 진행하고 있다. 내려앉은 철제 막대들이 덮개를 지탱하기 위해 가로세로 십자형으로 설치된 앵글이다. 경기도소방재난본부 제공
20일 경기지방경찰청 수사본부와 경기 성남시 등에 따르면 환풍구 사고 현장의 덮개와 이를 지탱하는 하부 십자형 앵글을 확인한 결과 용접이 부실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경찰 관계자는 “앵글 같은 경우 상부의 하중을 지지하는 중요한 자재임에도 불구하고 육안으로 봐도 접합 부위의 용접이 불량했다”며 “부실시공으로 인한 붕괴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라고 밝혔다. 이번 주말 최종 감식 결과를 내놓을 예정인 국립과학수사연구원 측도 1차 육안감식으로 비슷한 결론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경찰과 국과수는 21일 오후 사고현장 환풍구에서 추락하지 않고 남은 덮개에서 어느 정도의 하중을 견딜 수 있도록 시공됐는지 강도와 접합 상태 등을 감식할 예정이다. 경찰 관계자는 “사고 환풍구가 정상 시공되면 어느 정도의 인원까지 하중을 견딜 수 있는지 확인하는 작업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경찰은 또 19일 압수수색한 행사 관련 문건과 컴퓨터 하드디스크, 관련자 휴대전화 등 20상자 분량의 자료를 정밀 분석하고 있다. 참고인 소환조사도 계속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빠르면 이번 주 안에 이미 출국금지된 6명 중에 첫 형사 입건자가 나올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17일 경기 성남시 판교테크노밸리 환풍구 추락사고가 일어난 현장에서 경찰이 감식을 진행하고 있다. 내려앉은 철제 막대들이 덮개를 지탱하기 위해 가로세로 십자형으로 설치된 앵글이다. 경기도소방재난본부 제공
한편 이번 사고를 둘러싸고 성남시의 책임 여부를 둘러싼 공방도 거세지고 있다. 경찰은 경기과학기술진흥원 본부장이 “(행사 주최를 위해) 성남시에서 500만 원을 받기로 했다”고 진술했다고 밝혔다. 여기에 사고 이틀 전인 15일 성남시가 이데일리에 1100만 원의 배너 광고를 집행하려고 했고, 이재명 성남시장이 당초 사고 행사의 축사를 할 예정이었던 까닭에 ‘성남시 공동 책임’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경기도는 20일 성남시의 행정광고 집행이 편법 협찬인지 여부를 확인하겠다며 감사관실 직원 4명을 보내 특별감사에 착수했다. 성남시는 “경기도가 책임을 전가하려고 정상적 광고 집행을 문제 삼고 있다”며 반발하고 있다. 경찰 측은 “설령 행사를 지원하고 협찬 광고를 집행했다고 하더라도 이를 형사처벌할 수 있을지는 불투명하다”고 말했다.
::십자형 앵글::
직사각형 형태의 쇠막대로, 현장 환풍구 덮개 바로 밑에서 전체적인 무게를 지탱하기 위해 환풍구 벽에 가로세로로 여러 개 연결돼 설치된 것. 환풍구를 일괄적으로는 철골 구조물이라고 칭한다. 위 철망 덮개는 스틸 그레이팅, 아래쪽 앵글은 T형강으로 부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