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사카 고베 등 일본 간사이 지역은 요즘 프로야구 포스트시즌 열기가 뜨겁다. 간사이가 연고지인 한신이 센트럴리그 클라이맥스시리즈(CS) 파이널스테이지에서 숙적(宿敵)인 도쿄의 요미우리에 파죽지세의 4연승을 거두면서 9년 만에 일본시리즈에 진출했기 때문이다. 오사카의 ‘한신 사랑’은 한국 프로야구에서 부산의 롯데 사랑이나 광주의 기아 사랑은 저리 가라 할 정도다. 전 구단 중 한신이 우승하면 일본에 가장 큰 ‘경제 효과’를 미친다는 분석도 나왔다.
▷한신의 일본시리즈 진출을 이끈 1등 공신은 새로운 마무리투수 오승환이다. 그는 CS 퍼스트스테이지 히로시마와의 두 게임에 이어 요미우리와의 파이널스테이지 네 게임에도 모두 등판해 뒷문을 책임졌다. 정규시즌 마지막 다섯 경기 등판까지 포함하면 11게임 연속 등판해 ‘무쇠팔’의 역투를 선보였다. 일본 진출 첫해에 한국인 최초로 일본 프로야구 포스트시즌 최우수선수(MVP)에 선정되는 기염을 토했다.
▷오승환은 빠르고 묵직한 공과 위기에도 흔들리지 않는 강한 배짱으로 한국에서 ‘끝판대장’ ‘돌부처’로 불렸다. 올해 일본으로 건너간 뒤 정규시즌에서 39세이브를 올리며 리그 세이브왕에 올랐다. 게다가 포스트시즌에서 모든 경기에 등판해 무패 행진을 이어가며 팀 승리에 결정적으로 기여했으니 일본 열도가 들썩일 만하다. 한국의 돌부처는 일본에서 ‘돌신님(石神樣)’이란 새로운 별명을 얻었다.
▷1990년대 후반 주니치의 마무리투수 선동열의 활약은 일본 특파원으로 일하던 내게 빡빡한 업무에서 오는 긴장을 풀어준 활력소였다. 간사이는 재일동포가 많이 사는 지역이다. ‘한신의 수호신’ 오승환의 대활약은 우리 동포들 및 한국 기업 주재원과 그 가족들에게 경기를 지켜보는 즐거움과 함께 조국에 대한 긍지와 자부심을 느끼게 할 것이다. 한신은 어젯밤 퍼시픽리그 최종 승자로 결정된 이대호의 소속팀 소프트뱅크와 25일부터 일본시리즈에 들어간다. 일본 프로야구의 정상을 놓고 벌어질 경기에서 ‘이대호의 창’과 ‘오승환의 방패’의 대결도 흥미진진하다.
권순활 논설위원 shkw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