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꼭 20년전인 1994년 10월 21일 성수대교 붕괴로 큰딸 황선정 양(당시 16세·무학여고 1학년)을 잃은 황인옥 씨(60)는 지금도 그날을 생각하면서 자책하는 둘째 딸을 데리고 21일 성수대교 위령탑을 찾았다. 이제는 아이엄마가 된 황 씨의 둘째 딸(34)은 모자를 눌러쓴 채 맨 뒷자리에 앉아 쉴 새 없이 눈물을 흘렸다. 위령제에는 손녀딸도 함께 해 "이모를 소개해주겠다"던 황 씨의 다짐도 지켜졌다.
성수대교 붕괴로 가족을 잃은 사람들은 매년 사고일인 10월 21일 성수대교 북단에 세워진 위령탑에 모여 추모제를 지낸다. 올해도 20여 명의 가족이 모여 제사상을 차렸다. 사고로 동생 김중식 씨(당시 31세)를 잃은 누나 김모 씨(53·여)는 위령제를 마칠 때까지 고개를 숙이고 눈물을 보였다. "오늘이 딱 그날 같아. 그 날도 이렇게 하루종일 비가 왔거든." 사고당일을 떠올리던 김 씨가 쥐고 있던 손을 펴자 붉은 손톱자국이 남아있었다.
사고로 아버지 최정환 씨를 잃은 최진영 씨(47)는 아내와 나란히 아버지 영정에 절을 올렸다. 최 씨는 "자식을 잃은 부모들 앞에서 아버지 잃은 슬픔을 어떻게 이야기하겠냐"면서 말을 아꼈다. 최 씨의 부인(47·여)은 "그 때 내가 임신 8개월이었는데 두 달 후 낳은 아기가 지금 군대에 가 있다"면서 20년 세월을 되새겼다. 위령제가 열린 21일 오전, 성수대교에서 불과 20여 km 떨어진 분당의 여러 병원에서는 판교 환풍구 추락사고 희생자들의 발인이 치러졌다.
최혜령 기자 herstor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