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C 김진성. 스포츠동아DB
■ NC 김진성
혹시 손자가 던지는 모습 못 볼까봐 망설였다
포스트시즌 마무리…관중석에서 기뻐하실듯
# 2011년 6월 28일 마산구장에는 삼성, 넥센, LG, SK, 두산, 롯데, KIA, 한화까지 각기 다른 8개 팀 유니폼을 입은 선수들이 덕아웃에 초조하게 앉아 있었다. 유니폼만 보면 올스타전을 앞둔 느낌이었지만 관중석은 텅 비어있었고 심판도 없었다. 대신 날카로운 눈빛의 NC 스카우트들이 선수들의 움직임을 지켜봤다. 창단을 앞둔 NC의 공개선수선발, 트라이아웃이 열린 현장이었다. 총 230명이 참가했고 55명이 실전 테스트를 받았다. 2차 트라이아웃도 이어졌다. 그 후 3년이 흘렀다. LG와 준플레이오프를 치르고 있는 NC 엔트리에 트라이아웃 출신은 몇 명이나 있을까. 특별지명과 프리에이전트(FA)영입, 트레이드, 특급 신인선발 등 3년간 이어진 전력보강 속에 단 한 명이 팀을 대표하는 포스트시즌 엔트리에 남아있다. 주인공은 NC의 클로저 김진성(29·사진)이다.
# 김진성은 올 시즌 3승 3패 25세이브 1홀드를 기록했다. 리그에서 4번째로 많은 세이브다. 2004년 SK에 지명된 김진성은 좀처럼 기회를 잡지 못했고 결국 방출됐다. 넥센에 테스트를 받고 입단했지만 또다시 방출된 것이다. 그동안 1군에서 단 1개의 공도 던지지 못했다. 2013년 프로에 입단한지 무려 10년 만에 1군에 데뷔했고 2시즌 만에 수준급 마무리 투수가 됐다.
# 김진성은 “그동안 난 투수도 아니었다. 김경문 감독께서 자신감을 주셨고 최일언 코치가 하체와 엉덩이 쓰는 법 등 처음부터 모든 것을 다 가르쳐 주셨다”며 “할아버지와 할머니가 날 키워주셨다. 지금까지 단 한번도 경기장에 모시지 못했다. 선발투수가 아니기 때문에 혹시 어려운 걸음 하셨는데 손자가 던지는 모습도 못 보고 되돌아가실까봐 계속 망설였다. 꿈에 그리던 포스트시즌이다. 경기장에 꼭 모실 생각이다. 손자가 마운드에 오르지 않아도 팀이 이기는 날 관중석에서 할아버지와 할머니가 함께 기뻐하셨으면 좋겠다”며 미소 지었다.
이경호 기자 rush@donga.com 트위터 @rushlk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