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꾸고 도전하라]<2>서울 창신동 봉제마을에 자리 잡은 홍성재-신윤예씨
“성격 달라도 꿈은 닮았죠” 연인이자 사업 파트너인 두 사람의 성격은 다르다. 홍성재 씨(왼쪽)는 성격이 좀 급한 반면 신윤예 씨는 꼼꼼하고 차분하다. 하지만 열정과 도전 정신, 예술을 통해 사회와 호흡하고 공동체에 도움을 주고자 하는 꿈은 꼭 닮았다. 대통령직속 청년위원회 제공
○ 공감을 꿈꾸던 청년들, 창신동을 만나다
1, 2층이 전부인 이 작은 회사의 외관은 얼핏 보면 홍익대나 이태원 거리에서 봄 직한 건물 같다. 아기자기한 소품들로 내부가 꾸며져 있다. 1층 전시장에 진열된 제품들은 부담스럽지 않은 수준에서 젊음을 담아낸다. 직원들도 모두 젊다. 공동대표인 홍 씨와 신윤예 씨(29·여)를 포함해 8명의 직원이 모두 20, 30대다.
회사 건물에는 ‘000간’이란 간판이 붙어 있다. 신 씨는 이렇게 설명했다. 숫자 0은 비어 있음을 의미하는 동시에 채워 넣기를 희망한다는 표현이다. 개별적으로 3개의 0은 차례대로 ‘공감, 공유, 공생’을 뜻한다. 0 뒤에 붙은 ‘간’은 사이, 참여로 해석된다.
쉽게 말해 ‘000간’은 주민과 함께하는 공간, 지역의 공공성을 재발견하기 위해 만든 공간이란 의미를 담고 있다. 간판부터 심상치 않은 이곳은 물건을 만들어 팔고 돈을 벌지만 일반 회사와는 다르다. 신 씨는 “단순히 영리만 추구하는 다른 회사들과는 태생부터 달라요. 지역 주민들의 꿈을 기획하고 가공하는 회사”라고 강조했다.
홍 씨와 신 씨는 학교는 달라도 모두 명문대에서 순수예술을 전공했다. 유학을 가고, 대기업에 입사하는 등 소위 ‘코스’를 밟는 친구들이 주변에 많았을 터. 하지만 그런 모습들이 이들에겐 불편하게 느껴졌다. 갤러리에서 작품을 전시할 때도 ‘예술에서 소외된 사람들도 내 작품을 부담 없이 감상할 수 있는 공간이 있었으면’이란 생각을 하곤 했다. 사회와 호흡하고 살아 숨쉬는 예술을 하고 싶었다.
2008년의 어느 날, 미디어 아티스트인 한 스승의 작품에 우연히 모델로 참여한 두 사람은 처음으로 서로를 알게 됐다. 같은 생각과 철학을 공유해서일까. 누가 먼저랄 것도 없었다. 자연스럽게 감정이 싹텄고, 연인 사이로 발전했다.
‘미술관 밖으로 나가자. 거리와 사람을 느껴 보자.’
연인이 된 두 사람의 공감은 2011년 1월, 그들을 사람 냄새 물씬 나는 창신동 거리로 이끌었다. 처음엔 회사 대표가 아닌 지역아동센터의 미술 교사 자격이었다. 소외된 아이들을 가르치면서 자연스럽게 지역 문제에 관심을 갖게 됐고, 또 창신동에 대한 애정도 커졌다.
처음엔 기업 후원을 바탕으로 지역 어린이 도서관을 만들었다. 아이들을 위한 무용, 체육, 미술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마을이 배움터’도 시작했다. 현재 ‘000간’은 창신동만의 고유한 색깔과 무기를 바탕으로 사업 영역을 넓히고 있다. ‘제로 웨이스트 셔츠’가 대표적이다. 인근 봉제공장들에서 나온 자투리 천에 독특한 디자인을 입혀 셔츠를 만들었다. 셔츠 디자인 구상에는 봉제공장 사장님들도 함께 참여했다. 이 셔츠들은 입소문을 타고 홍대, 이태원 등의 가게로 퍼졌다. 처음 제작한 수백 벌이 순식간에 동났다. 기세를 몰아 지금은 방석, 앞치마, 가방 등으로까지 제품군을 다양화하고 있다.
‘000간’이 받은 투자금과 벌어들인 수익은 직원들 지갑 속으로만 들어가지 않는다. 각종 지역 봉사 프로그램, 교육으로 환원된다. ‘H빌리지’라는 문화예술 지역 재생 프로젝트, 지역 청년들에게 직업 멘토링을 해주는 ‘청년활동가 육성 프로그램’도 그렇게 시작됐다.
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