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우외환 경제/수출 비상등]中 3분기 성장률 5년만에 최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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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국 성장모델 한계 왔나
7.3%에 그친 3분기(7∼9월) 중국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은 지난달 발표된 경제 지표에서도 예상됐다.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CPI)는 1년 전보다 1.6% 상승하는 데 그쳐 2010년 1월 이후 4년 8개월 만에 최저치를 보였다. 생산자물가지수(PPI)도 전년 동월보다 1.8% 떨어져 31개월 연속 하락세를 보였다.
고질적 문제로 지목돼 온 지방정부의 부채는 6월 말 현재 12조 위안(약 198조 원)으로 2010년 말보다 20% 늘었고 ‘그림자금융’ 규모는 67조 위안(약 1150조 원)에 이른 것으로 추정된다.
통화당국은 성장률을 높이기 위해 17일 3000억∼4000억 위안(약 53조∼69조 원)을 시중은행에 공급하기로 했다. 하지만 이 정도의 ‘양적 완화’로는 성장의 불씨를 추스르기 어렵다는 전망이 나온다. 중국은 2008년 금융위기 당시 4조 위안을 풀었다가 과잉생산과 부동산 버블로 지금까지 애를 먹고 있어 더 화끈한 부양책을 기대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국제통화기금(IMF)은 2019년까지 중국의 연평균 성장률을 6.6%로 보고 있다. 미국 민간 조사기관인 콘퍼런스보드는 중국의 생산성 저하를 들어 2020년대 초반에 성장률이 3%대로 하락할 것으로 전망했다.
○ 중국 신창타이, 한국에는 직격탄
중국이 신창타이를 강조하는 것은 2012년 이후 2년 연속 7%대로 떨어진 성장률을 제고할 수단이 마땅치 않은 데다 충격요법을 동원할 수도 없는 만큼 이를 구조 개선의 기회로 삼자는 공감대에서 출발했다. 성장률에 연연하지 않을 것임을 내비친 것이다. 공산당 기관지 런민일보는 최근 신창타이의 특징으로 (7%대의) 중고속(中高速) 성장, 경제구조 개선 등을 꼽았다.
중국의 성장 둔화 추세와 무역구조 개편 여파로 한국의 대중 수출액 증가율은 올해 5월부터 4개월 연속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중국은 2000년만 해도 부품을 수입한 뒤 이를 조립해 완성품을 만들어 다른 나라에 파는 가공무역 비중이 전체 교역의 절반 가까이 차지했다. 그 덕분에 한국이 혜택을 많이 봤다. 하지만 중국은 최근 가공무역 비중을 30%대로 줄이고 일반무역 비중을 늘리고 있다.
중국발 수출 한파가 이미 가시화한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기획재정부 당국자는 “9월 들어 대중 수출이 다시 늘었지만 중장기적으로 어떤 추세를 보일지 예단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한국이 미래 성장동력으로 잡은 관광산업의 성패도 중국의 경제 성장세에 달려 있다. 지난해 한국을 찾은 중국 관광객은 432만 명으로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130만 명)의 3.3배 규모로 늘었다. 중국의 1인당 국내총생산(GDP)이 2011년 5400달러 수준에서 지난해 6800달러로 급증한 덕분이다. 중국의 성장세가 주춤해지면 관광 수요도 줄어들 가능성이 높다.
베이징=고기정 특파원 koh@donga.com /세종=홍수용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