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스트리아식 이원집정부제… 간판만 바꾼 의원내각제? 국제화-FTA 시대에 외교와 내치 구분도 어려워 현실적으로 개헌 어려워도 대통령의 논의 봉쇄는 약속위반
황호택 논설주간 채널A 시사프로 ‘논설주간의 세상보기’ 진행
5년 단임의 직선 대통령 중에는 퇴임 후 교도소에 가거나 자살한 대통령도 있다. 김영삼 김대중 대통령은 재임 중 아들을 교도소에 보냈다. 제왕적 대통령제의 폐해와 연관이 있다. 특히 대통령과 국회의원의 임기가 일치하지 않는 것도 중대한 결함이다. 지방선거까지 합하면 선거가 없는 해가 드물다. 대통령 취임 후 2, 3년만 지나면 레임덕으로 접어들어 국정 수행의 동력이 떨어진다. 갈수록 레임덕의 도래 시기가 짧아지고 있다. 개헌을 통해 이런 국가적 손실을 감소시킬 수 있다면 좋을 것이다.
의원내각제를 하는 나라가 대다수고 미국 같은 대통령중심제가 예외적이다. 그렇지만 한국 국민은 유신 이후 ‘내 손으로’ 대통령을 뽑는 권리를 빼앗겼던 기억 탓인지 대통령직선제를 유달리 선호한다. 의원내각제를 유일하게 실시해본 2공화국은 민주당 신·구파 싸움으로 날을 지새우고 종국에는 쿠데타를 당해 단명했다. 한마디로 국민의 인기가 없는 의원내각제는 개헌의 마지막 관문인 국민투표를 통과하기 어렵다.
국제화 시대에 외교와 내치의 구분이 가능한지는 의문이다. 자유무역협정(FTA)은 외교인가 내치인가. 대통령과 총리의 소속 정당이 다르면 정쟁이 더욱 심해질 우려도 있다. 대통령 4년 중임제나 의원내각제로 가는 것은 몰라도 이원집정부제는 시대의 흐름에 맞지 않는 것 같다.
개헌은 대통령과 국회의원의 임기가 일치하는 해에 하는 것이 수월하다. 그런 해는 20년마다 한 번씩 찾아온다. 1992년, 2012년의 기회를 놓쳤으니 다음 기회는 2032년으로 너무 멀다. 김형오 국회의장(2008∼2009년)을 중심으로 2012년 개헌을 준비해 보려는 움직임이 활발했지만 불발에 그쳤다. 이명박 대통령(2008∼2013년)도 지금 박근혜 대통령과 같은 이유로 반대했다. 개헌 논의가 국정의 블랙홀이 될 것이라는 똑같은 논리였다.
헌법에 규정된 현직 대통령의 임기를 개헌을 통해 강제적으로 단축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헌법 개정을 하면서 부칙에 현행 대통령의 임기가 끝난 후에 개정헌법에 의한 차기 대통령과 총리의 임기가 시작된다는 조항을 넣으면 된다. 문제는 대통령과 의원의 선출 시기와 임기를 맞추기가 간단치 않다는 것이다.
친박(친박근혜)들은 김 대표가 내년에 개헌이 성사되기 어려운 것을 알면서도 대통령의 힘을 빼 대권가도에서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려고 개헌론에 불을 붙인다는 의심을 한다. 야당도 일단 찬동하는 듯하지만 정작 개헌 논의가 시작되면 일치된 당론을 만들어내기 쉽지 않을 것이다. 개헌 논의가 본격적으로 불붙으면 통일 지방자치 기본권 환경 노동 조항 등을 놓고 각종 이해집단들이 들고 나서 사회적 합의도 쉽지 않다.
황호택 논설주간 채널A 시사프로 ‘논설주간의 세상보기’ 진행 hthwa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