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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화문에서/신치영]KB금융 회장 선출에 쏠린 눈

입력 | 2014-10-22 03:00:00


신치영 경제부 차장

금융계의 이목이 집중된 KB금융지주의 새 회장이 오늘 결정된다. KB금융의 회장후보추천위원회(회추위)는 22일 김기홍 전 KB국민은행 부행장, 지동현 전 KB국민카드 부사장, 하영구 한국씨티은행장 등 4명의 후보 가운데 한 명을 최종 낙점한다.

회추위는 9명의 사외이사로 구성된다. 9명 중 6명 이상의 사외이사로부터 찬성표를 받아야 회장이 된다. 사외이사 한 사람 한 사람의 표가 그만큼 막강한 힘을 갖는다.

금융계 안팎에서는 회장과 행장의 동반 불명예 퇴진을 불러온 KB금융 사태의 책임을 사외이사들이 함께 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책임을 져야 하는 사람들이 자리를 지키고 앉아 새 회장을 뽑는 게 맞느냐는 것이다. 맞는 말이다. 하지만 물러날 때 물러나더라도 사외이사들이 마지막으로 해야 할 일이 남았다. 바로 외부 세력의 개입이나 압력에 굴하지 않고 오로지 KB금융의 미래를 책임질 수 있는 능력을 갖추고 있느냐 하는 잣대로 새 회장을 뽑는 일이다.

회장 선출 과정이 막바지에 이르면서 온갖 소문이 무성하다. 모피아(옛 재무부+마피아)들이 직접 나설 수 없어 자신들과 가까운 A 후보를 밀고 있고 막강한 영향력을 가진 모피아 원로가 그를 위해 움직이고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국민은행 노조는 정치권을 돌아다니며 B 후보를 밀어줄 것을 요구하고 다닌다는 소문도 있다. 특정 후보에게 유리한 논조의 언론 보도까지 이어지면서 소문을 사실로 믿는 사람들이 늘어난다. 아니 땐 굴뚝에 연기 나는 일 없다. 그동안 KB금융에서 벌어진 일들을 생각하면 단순한 억측도 아닌 듯하다.

2008년 KB금융지주 설립 이후 4명의 회장이 선임되는 동안 모두 정권이나 모피아의 ‘보이지 않는 손’이 좌지우지했다. 대통령과 가까운 사람이나 모피아의 지원을 받는 관료들이 낙점됐다. 이런 후원자가 없는 사람이 회장이 되려다 ‘보이지 않는 손’으로부터 혼쭐이 난 뒤 스스로 물러나는 일도 있었다.

‘낙하산’ 회장은 혼자 오지 않았다. 낙하산 부대를 몰고 왔다. 자신을 배려해준 ‘세력’이 보내는 사람들을 행장, 부행장, 사장, 부사장 등 임원으로 꽂아 넣었다. 이를 위해 전임자가 임명한 임원들의 옷을 모두 벗겼다. 자신의 자리를 위협할 만한 내부의 유능한 최고경영자(CEO) 후보들을 내쫓아 ‘쿠데타’의 싹을 잘라버렸다.

3년마다 이런 일이 반복되는 걸 봐온 KB금융 2만8000여 명 직원들의 사기가 어떻겠는가. 주인의식을 갖고 조직의 발전을 위해 몸을 던져 일하는 임원들이 얼마나 되겠는가. 국내 리딩 뱅크였던 국민은행의 위상이 갈수록 위축되고 있는 것은 이상한 일이 아니다. 정부 지분이 한 주도 없는 은행에서 이런 일이 계속되고 있다는 것은 아이러니다. 공적자금이 투입돼 정부가 주인인 우리금융지주에서도 내부승진 회장이 나왔는데 말이다.

정권과 모피아에 말하고 싶다. 아직까지 KB금융 회장 자리에 대한 미련이 남아 있다면 이제 그만 포기하라고. KB금융을 더이상 망가뜨려서는 안 된다.

국민은행 노조도 개입할 생각은 안 하는 게 좋다. 특정인을 밀어봐야 부작용만 난다는 걸 모르나. ‘노조가 지지하는 후보가 회장이 되면 노조에 볼모가 돼 오히려 소신껏 경영을 하지 못할 것이다’라는 공격의 빌미만 제공할 뿐이다.

KB금융 사외이사들이 잊지 말아야 할 게 있다. KB금융의 새 회장은 내부 출신이냐, 외부 출신이냐가 중요한 게 아니다. 오로지 KB금융의 미래를 책임질 비전과 능력과 전문성을 갖춘 사람이어야 한다. 사외이사들의 결정에 KB금융과 금융계의 미래가 달려 있다. 사외이사들에게 금융계의 이목이 집중된 이유다.

신치영 경제부 차장 higgled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