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靑 “김무성 개헌 발언 실수였겠나”

입력 | 2014-10-22 03:00:00

“당시 기자들 노트북 펴놓고 있어… 기사화 염두에 두고 언급했을 것”
닷새만에 정면으로 불쾌감 표시
金 “앞으로 개헌 얘기 일절 않겠다”… 측근 “취임 100일 축하는커녕 찬물”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가 21일 국회 의원회관 사무실에서 청와대의 비판에 대해 기자들이 질문하자 담담한 표정을 짓고 있다. 변영욱 기자 cut@donga.com

개헌론에 불을 지폈다가 하루 만에 ‘꼬리’를 내린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를 향해 21일 청와대가 뒤늦게 정면으로 불쾌감을 표시했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21일 오후 예고 없이 춘추관을 찾아 “당 대표 되시는 분이 실수로 (개헌론을) 언급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기자들이 노트북을 펴놓고 말하는 것을 받아치는 상황에서 개헌 관련 언급이 기사화될 수 있다는 것을 염두에 두고 말씀하신 것 아니냐. 그렇게 생각하는 게 정상 아니냐”고 말했다. 김 대표가 자신의 개헌 발언에 대해 실수인 것처럼 반응한 태도를 정면으로 비판한 것이다.

이어 이 관계자는 “청와대에서 항의하거나 압력을 가해 김 대표가 물러선 것처럼 일부 언론과 야당이 주장하는데 우리들은 황당하다”며 “잘 알다시피 (김 대표의 개헌론 발언 당시) 이탈리아 방문 중이었고 일정상 그것을 챙길 수 있는 상황도 아니었다”고 강조했다. 이 관계자의 발언은 기자의 질문에 대한 답변 형태로 나왔다. 하지만 김 대표의 개헌 발언을 정면으로 문제 삼았다. 단순히 개인적인 의견을 피력한 것이 아니라 김 대표의 개헌 발언에 대한 박 대통령의 ‘뜻’을 전달했다는 관측이 힘을 얻고 있다.

김 대표는 16일 중국 상하이에서 기자들을 만나 “정기국회가 끝나면 (개헌 논의가) 봇물 터질 텐데 막을 길이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김 대표는 논란이 커지자 다음 날 “대통령이 (이탈리아에서 열린) 아시아유럽정상회의에 참석하고 계신데 (파장을 일으킨 것이) 예의가 아닌 것 같아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린다”고 공개 사과했다.

김 대표가 개헌론을 처음 언급했거나 공개 사과했을 때도 침묵한 청와대가 나흘이 지나 뒤늦게 김 대표에 대한 불쾌감을 쏟아낸 배경에 관심이 쏠렸다. 김 대표의 사과 이후에도 개헌론의 불씨가 꺼지지 않자 여권 내부 단속을 위해서라도 김 대표를 압박할 필요가 있다고 느낀 것으로 풀이된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의 발언이 알려진 뒤 김 대표는 기자들을 만나 “청와대 누군데요?”라면서 “(17일) 해명할 때 앞으로 개헌에 대해 일절 이야기하지 않겠다고 했다. 지금도 어떠한 경우도 이야기할 생각이 없다”고 잘라 말했다. 개헌 문제로 갈등을 더는 키우지 않겠다는 뜻을 밝힌 것이지만 공교롭게도 대표 취임 100일이 되는 날 청와대로부터 ‘한 방’을 맞은 데 대한 불쾌함을 감추지 못했다. 김 대표 주변에선 “취임 100일에 청와대가 축하 메시지는 전하지 못할망정 찬물을 끼얹어야 했냐”는 볼멘소리도 나온다.

이재명 egija@donga.com·이현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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