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시 기자들 노트북 펴놓고 있어… 기사화 염두에 두고 언급했을 것” 닷새만에 정면으로 불쾌감 표시 金 “앞으로 개헌 얘기 일절 않겠다”… 측근 “취임 100일 축하는커녕 찬물”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가 21일 국회 의원회관 사무실에서 청와대의 비판에 대해 기자들이 질문하자 담담한 표정을 짓고 있다. 변영욱 기자 cut@donga.com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21일 오후 예고 없이 춘추관을 찾아 “당 대표 되시는 분이 실수로 (개헌론을) 언급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기자들이 노트북을 펴놓고 말하는 것을 받아치는 상황에서 개헌 관련 언급이 기사화될 수 있다는 것을 염두에 두고 말씀하신 것 아니냐. 그렇게 생각하는 게 정상 아니냐”고 말했다. 김 대표가 자신의 개헌 발언에 대해 실수인 것처럼 반응한 태도를 정면으로 비판한 것이다.
이어 이 관계자는 “청와대에서 항의하거나 압력을 가해 김 대표가 물러선 것처럼 일부 언론과 야당이 주장하는데 우리들은 황당하다”며 “잘 알다시피 (김 대표의 개헌론 발언 당시) 이탈리아 방문 중이었고 일정상 그것을 챙길 수 있는 상황도 아니었다”고 강조했다. 이 관계자의 발언은 기자의 질문에 대한 답변 형태로 나왔다. 하지만 김 대표의 개헌 발언을 정면으로 문제 삼았다. 단순히 개인적인 의견을 피력한 것이 아니라 김 대표의 개헌 발언에 대한 박 대통령의 ‘뜻’을 전달했다는 관측이 힘을 얻고 있다.
김 대표가 개헌론을 처음 언급했거나 공개 사과했을 때도 침묵한 청와대가 나흘이 지나 뒤늦게 김 대표에 대한 불쾌감을 쏟아낸 배경에 관심이 쏠렸다. 김 대표의 사과 이후에도 개헌론의 불씨가 꺼지지 않자 여권 내부 단속을 위해서라도 김 대표를 압박할 필요가 있다고 느낀 것으로 풀이된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의 발언이 알려진 뒤 김 대표는 기자들을 만나 “청와대 누군데요?”라면서 “(17일) 해명할 때 앞으로 개헌에 대해 일절 이야기하지 않겠다고 했다. 지금도 어떠한 경우도 이야기할 생각이 없다”고 잘라 말했다. 개헌 문제로 갈등을 더는 키우지 않겠다는 뜻을 밝힌 것이지만 공교롭게도 대표 취임 100일이 되는 날 청와대로부터 ‘한 방’을 맞은 데 대한 불쾌함을 감추지 못했다. 김 대표 주변에선 “취임 100일에 청와대가 축하 메시지는 전하지 못할망정 찬물을 끼얹어야 했냐”는 볼멘소리도 나온다.
이재명 egija@donga.com·이현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