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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풍구 받침대 끌어당기자 4분만에 ‘뚝’… 휘어져

입력 | 2014-10-22 03:00:00

국과수, 판교 사고현장 하중실험 “어느정도 무게에 파손되는지 분석”
향후 안전기준 수립에 참고하기로




부실한 환풍구 받침대 판교 테크노밸리 환풍구 추락사고 조사를 위해 21일 국립과학수사연구원 직원들이 사고 현장에서 크레인으로 환풍구 하중실험을 하고 있다. 성남=원대연 기자 yeon72@donga.com

경기 성남시 판교테크노밸리 환풍구 추락 사고를 수사 중인 경기지방경찰청 수사본부와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이 환풍구 부실시공 여부를 가리기 위한 현장 실험을 벌였다.

국과수는 21일 오후 2시 크레인 1대를 동원해 사고 현장인 유스페이스2 A동 앞 환풍구에서 환풍구 덮개를 지탱하는 받침대(십자형 앵글) 강도와 하중 실험을 했다. 환풍구 받침대는 별도의 하중 기준이 없지만, 사고 당시 환풍구 위에 있던 27명의 합산 무게와 환풍구 덮개 받침대가 어느 정도 무게에서 하중을 이기지 못하고 무너져 내렸는지 비교 확인하기 위한 것이다. 실험은 사고 당시 훼손되지 않은 환풍구 오른쪽 받침대 중 세로 철골 받침대 1개를 도르래에 연결한 뒤 아래쪽으로 잡아당기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실험이 시작된 지 약 4분 만인 오후 2시 13분경 “뚝” 소리와 함께 받침대가 휘어졌고, 받침대를 고정하는 3개의 볼트도 모두 떨어져 나가면서 실험은 끝났다. 국과수는 센서를 통해 하중 값을 확인했지만 언론에 공개하지는 않았다. 받침대는 철제 덮개 바로 밑 환풍구 콘크리트 벽체 위에 고정 볼트로 고정된 별도의 철제 직사각형의 틀(가로 6.6m, 세로 3.6m)에 연결 설치돼 있었다. 받침대는 사고 전에 가로 1개, 세로 2개가 있었으나 사고 당시 떨어져 나가고 세로 1개만 남은 상태였다.

국과수는 이날 실험이 진행된 받침대가 사고 당시 외부 압력으로 어느 정도 훼손됐을 가능성이 있는 만큼 이날 측정값 등 데이터를 분석해 하중 값을 감가 상각해 산출할 계획이다. 또 이날에 앞서 2차례에 걸쳐 진행된 현장 감식과 붕괴된 구조물 잔해 및 용접 감식 등의 결과를 포함해 정확한 감식 결과를 수사본부에 통보할 방침이다. 국과수 김진표 법안전과장은 “이날 실험을 포함해 종합적인 감식 결과를 이르면 금요일(24일)쯤 수사본부에 통보할 계획”이라며 “실험 결과는 수사와는 별도로 향후 안전대책을 수립하는 데 중요한 자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경찰은 압수수색을 통해 확보한 20상자 분량 압수품 109점의 분석에 나서는 한편 하드디스크 및 휴대전화 문자 복원을 진행하고 있다. 이번 사고 주요 관계자들의 휴대전화 통화 기록과 금융계좌, 신용카드 명세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받아 관련 내용을 조사 중이다. 또 환풍구 시공사인 포스코건설과 환풍구 공사를 맡은 하청업체, 안전점검 등 관리 책임이 있는 유스페이스 건물관리 책임자, 이데일리 측과 행사와 관련해 접촉한 성남시 공무원 등을 소환해 조사 중이다.

이번 사고로 희생된 16명의 발인은 21일로 모두 치러졌다. 21일 오전 9시 20분 성남시 분당서울대병원에서 윤병환 씨(49)가 마지막으로 발인을 마쳤다. 19일 있었던 홍석범 씨(29)의 첫 발인 이후 이틀 만이다. 잉꼬 부부 정연태 씨(47), 권복녀 씨(45) 부부의 마지막 가는 길도 21일 오전 9시에 있었다. 정 씨의 영정을 든 큰아들(19) 뒤로 권 씨의 영정과 유가족 50여 명이 뒤따랐다.

한편 경찰이 수사 과정에서 야당 소속 시장을 탄압하고 있다는 이재명 성남시장의 한 언론 인터뷰에 대해 경찰은 “사실에 근거하지 않은 터무니없는 주장”이라고 일축하는 등 공방을 벌였다. 이 시장은 이날 언론 인터뷰와 보도자료를 통해 “경찰 수사 자료가 실시간으로 유출되면서 내가 마치 이데일리 측과 행사를 긴밀히 협의한 것처럼 보도되는데 사실이 아니다”라며 “야당 출신 시장이어서 그런지 마치 범법자인 양 취조하는 행태를 보이고 정치적 공격이 횡행하고 있다”고 불만을 드러냈다. 또 성남시의 계좌를 압수수색하는 등 비리를 저지른 것처럼 확대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경찰은 “성남시 공무원 계좌나 법인카드에 대한 압수수색영장을 신청한 사실도 없고 브리핑을 통해 성남시가 행사를 주관했다는 뉘앙스의 말도 꺼낸 적이 없다”며 “언론중재위 제소 등 법적으로 대응하겠다”고 강경한 입장을 밝혔다.

성남=남경현 bibulus@donga.com·황성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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