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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값 거품 뺀다지만… 소비자는 ‘출판시장 단통법’ 우려

입력 | 2014-10-22 03:00:00

한달 앞으로 다가온 도서정가제




서울 광화문 교보문고에 전시된 책들. 다음 달 21일부터 시행되는 새 도서정가제로 인해 이들 책 가격이 상승하게 돼 소비자 부담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출판계는 정가제 도입으로 인해 책값 거품이 빠질 것이라고 하지만 실제 이뤄질지는 미지수다. 동아일보DB

요즘 출판계 사람들은 주변 사람들에게서 이 질문을 가장 많이 받는다고 한다.

“한 달 뒤 책값이 오르는 건가요?”

4월 출판문화산업진흥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서 다음 달 21일부터 새 도서정가제가 시행되기 때문이다. 도서 할인 경쟁을 막고 출판산업을 보호한다는 취지지만 소비자 입장에서는 ‘책값이 얼마나 오를지’가 궁금하다. 회사원 김태훈 씨(40)는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단통법) 시행으로 휴대전화 가격만 오른 것처럼 도서정가제로 인해 자칫 업자만 좋고 소비자는 피해를 볼까 걱정된다”고 말했다.

○ 11월 21일 이후… 책값, 얼마나 오르나?

현재 신간(新刊)은 최대 19%, 발행된 지 18개월 된 구간(舊刊)과 신간 실용서, 초등학습 참고서는 무제한 할인할 수 있다. 하지만 도서정가제가 실시되는 다음 달 21일부터는 신·구간 모두 10%만 할인된다. 여기에 마일리지, 할인권 등이 포함되면 최대 15% 할인이 가능하다.

실제로 얼마나 오를까? 21일 문화체육관광부가 새 도서정가제 시행 이후 도서 가격 상승 정도를 시뮬레이션한 결과 서적 1권당 평균 ‘220원’이 상승할 것으로 분석됐다.

하지만 소비자의 체감은 다를 것으로 보인다. 현재 책 정가의 30% 이상 올랐다고 느낄 가능성이 크다는 게 전문가의 분석이다. 그동안 구간은 30% 이상 할인되는 경우가 많았고 최근 도서정가제를 앞두고 인터넷 서점에서는 최대 90% 할인까지 진행됐기 때문에 갑작스레 가격이 올랐다고 느낄 수 있다는 것이다.

한 출판사 편집자는 “정가제 시행을 앞두고 ‘재고 밀어내기’ 때문에 역대 최고의 할인 잔치를 벌였다. 이렇게 싸게 책을 사던 독자들이 정가제 시행 이후 가격이 오르면 반감이 생겨 책을 멀리하게 되고 출판시장에 빙하기가 올 수 있다”고 말했다.

○ 출판사들 “책값 거품 빠지기 쉽지 않아”

출판계는 “정가제가 도입되면 책값 거품이 빠져 가격이 내려갈 것”이라고 주장해왔다. 할인 판매를 고려해 책 정가를 높게 책정해온 관행이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동아일보 취재팀이 한국출판인회의와 민음사, 문학동네, 열린책들, 은행나무 등 개별 출판사에 문의한 결과 정가제 시행 이후 책값을 낮출 예정인 곳은 거의 없었다. 대부분 종이 값 등 원가가 오르고 있어 책값을 내릴 여지가 없다는 입장이다. 은행나무 주연선 대표는 “당장 책값을 낮추는 출판사는 없을 것”이라며 “다만 할인경쟁이 없어지면 가격 경쟁이 생길 것이고 1년여의 조정기를 거쳐 책값이 10∼15% 정도 내려갈 수 있다”고 설명했다.

독자들의 반감을 우려해 원가를 공개하려는 출판사도 있다. ‘휴머니시스트’는 신간 출간 시 홈페이지에 제작원가를 공개해 합리적 가격임을 어필하겠다는 방침이다.

○ 헌책 재조정 가격은 신간 70% 수준 결정될 듯

새 도서정가제 법안에 ‘발행 후 18개월 지난 책은 정가를 재조정할 수 있다’는 조항이 있는 점도 도서 가격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출판계는 재(再)정가가 신간의 70% 수준에서 형성될 것으로 예측한다. 다만, 정가제 취지를 살리기 위해 재정가를 매기지 않겠다고 선언한 출판사들도 있어 재정가 수준은 도서정가제 실시 이후 정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출판단체들은 문체부와 함께 21일 민관실무협의회를 구성해 대책을 논의했다. 문체부 박민권 미디어정책국장은 “‘자율도서정가협의회’를 구성해 거품 가격을 책정하는 출판사에 착한 가격을 권고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윤종 기자 zoz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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