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꼬이는 당청 관계] 김무성 사과뒤 “보탤말 없다”던 靑… 돌연 작심비판으로 개헌론에 쐐기 안팎 “대통령 뜻 못읽다가 말바꿔”
강경석·정치부
중국 방문 중이던 김 대표는 16일 “정기국회가 끝나면 개헌(改憲) 논의가 봇물이 터질 텐데 막을 길이 없을 것”이라고 했다. 개헌을 논의할 시기가 아니라는 박근혜 대통령의 발언에 대한 정면도전 아니냐는 해석과 함께 논란이 일파만파로 확산됐다. 김 대표는 하루 만에 ‘자의 반 타의 반’으로 “대통령이 아시아유럽정상회의(ASEM)에 참석하고 계신데 예의가 아닌 것 같아 죄송하다”며 꼬리를 내렸다.
김 대표의 개헌 발언 직후 청와대 비서진은 불쾌감을 드러내면서도 “박 대통령이 이미 개헌 논의에 대해 분명한 반대 의견을 낸 만큼 보탤 말이 없다”고만 했다. 김 대표의 개헌 프레임에 말려들지 않기 위해 청와대가 ‘전략적 침묵’을 택했다는 분석이 나왔다. 박 대통령이 18일 귀국한 뒤에도 청와대의 침묵은 이어졌다. 김 대표도 “일체의 개헌 발언을 하지 않겠다”며 자제하는 태도를 보였고 당청(黨靑) 갈등도 잠복하는 모양새였다.
박 대통령이 김 대표의 개헌 발언에 불쾌하다는 반응을 보이자 뒤늦게 청와대 관계자가 칼을 뽑았다는 관측이 힘을 얻고 있다. 새누리당의 한 재선 의원은 “청와대 관계자가 개인적인 생각을 말했겠느냐. 철저히 계산된 정치적 발언”이라고 꼬집었다.
김 대표의 개헌 발언 배경을 분석하고 적절히 대응했어야 할 김기춘 비서실장이나 조윤선 정무수석, 윤두현 홍보수석 등이 상황 판단을 잘못해 초기에 소극 대응하는 바람에 화를 키운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청와대 내부의 논의 과정이 어떠했든 간에 뒤늦은 김 대표 공격은 당청 관계 불협화음을 증폭시키는 꼴이 됐다. 청와대 참모진이 골든타임을 놓치는 바람에 박 대통령에게 김 대표와의 관계 설정이라는 또 하나의 짐을 지우게 된 셈이다.
강경석·정치부 coolup@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