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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강경석]꺼진 불에 기름 부은 靑‘개헌론 뒷북비판’

입력 | 2014-10-23 03:00:00

[꼬이는 당청 관계]
김무성 사과뒤 “보탤말 없다”던 靑… 돌연 작심비판으로 개헌론에 쐐기
안팎 “대통령 뜻 못읽다가 말바꿔”




강경석·정치부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의 ‘개헌론’에 청와대가 뒤늦게 작심 비판한 과정을 되짚어 보면 뒷맛이 씁쓸하다.

중국 방문 중이던 김 대표는 16일 “정기국회가 끝나면 개헌(改憲) 논의가 봇물이 터질 텐데 막을 길이 없을 것”이라고 했다. 개헌을 논의할 시기가 아니라는 박근혜 대통령의 발언에 대한 정면도전 아니냐는 해석과 함께 논란이 일파만파로 확산됐다. 김 대표는 하루 만에 ‘자의 반 타의 반’으로 “대통령이 아시아유럽정상회의(ASEM)에 참석하고 계신데 예의가 아닌 것 같아 죄송하다”며 꼬리를 내렸다.

김 대표의 개헌 발언 직후 청와대 비서진은 불쾌감을 드러내면서도 “박 대통령이 이미 개헌 논의에 대해 분명한 반대 의견을 낸 만큼 보탤 말이 없다”고만 했다. 김 대표의 개헌 프레임에 말려들지 않기 위해 청와대가 ‘전략적 침묵’을 택했다는 분석이 나왔다. 박 대통령이 18일 귀국한 뒤에도 청와대의 침묵은 이어졌다. 김 대표도 “일체의 개헌 발언을 하지 않겠다”며 자제하는 태도를 보였고 당청(黨靑) 갈등도 잠복하는 모양새였다.

하지만 21일 기자간담회를 자청한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당 대표 되시는 분이 실수로 (개헌론을) 언급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김 대표 발언 당시엔 대통령이 순방 중이어서 국내 상황을 자세히 챙기기 어려웠기 때문에 뒤늦게 발언하게 됐다고 한다. 하지만 정치권에서 이 관계자의 ‘작심 비판’이 개인적 결정이라고 보는 사람은 거의 없다.

박 대통령이 김 대표의 개헌 발언에 불쾌하다는 반응을 보이자 뒤늦게 청와대 관계자가 칼을 뽑았다는 관측이 힘을 얻고 있다. 새누리당의 한 재선 의원은 “청와대 관계자가 개인적인 생각을 말했겠느냐. 철저히 계산된 정치적 발언”이라고 꼬집었다.

김 대표의 개헌 발언 배경을 분석하고 적절히 대응했어야 할 김기춘 비서실장이나 조윤선 정무수석, 윤두현 홍보수석 등이 상황 판단을 잘못해 초기에 소극 대응하는 바람에 화를 키운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청와대 내부의 논의 과정이 어떠했든 간에 뒤늦은 김 대표 공격은 당청 관계 불협화음을 증폭시키는 꼴이 됐다. 청와대 참모진이 골든타임을 놓치는 바람에 박 대통령에게 김 대표와의 관계 설정이라는 또 하나의 짐을 지우게 된 셈이다.

강경석·정치부 coolu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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