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南-北-美 경색 기류 바뀌나] 美인사 방북 요구않고 “데려가라”… 유화 제스처… 北-美 대화 파란불 美, 평양에 군용기 보내 인계받아… 北정식국호 DPRK 써가며 “환영”
북한이 미국인 억류자 3명 가운데 한 명인 제프리 파울 씨(56)를 21일 전격 석방하면서 특사 등 주요 인사를 초청하지 않고 미 군용기만 부르는 독특한 방식을 사용했다.
미 국무부 마리 하프 부대변인은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북한의 파울 씨 석방 사실을 발표하면서 “북한 당국이 미국 정부에 정해진 시간 안에 그를 데려가라고 요구했다”며 “국무부가 국방부에 요청해 공군기가 평양에 들어갔다”고 밝혔다.
AP통신은 “평양 주재원들이 미 공군기가 이날 평양 국제공항에서 이륙하는 것을 목격했다”며 꼬리 날개에 별과 줄무늬가 새겨진 미군 항공기가 순안공항 활주로에 서 있는 장면을 찍은 사진을 전송했다. 파울 씨 일행이 탑승한 군용기는 괌을 거쳐 22일 아침 미국 오하이오 주의 공군기지에 도착했다. 파울 씨의 건강은 양호한 상태인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은 2012년 4월과 8월, 그리고 지난해 9월에 특별기 편으로 백악관과 국무부 당국자들을 보내 북한과 비밀리에 접촉하고 억류된 미국인 석방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파울 씨가 억류자 3명 중 가장 먼저 석방된 것은 최고령인 데다 혐의가 가벼운 점이 고려된 것으로 보인다. 그는 올해 4월 29일 북한에 들어가 함경남도 청진을 여행했으며 북한 당국은 그가 호텔에 성경책을 남기고 나온 것을 트집 잡아 5월 7일 체포했다. 파울 씨는 지난달 북한 당국이 허용한 CNN 인터뷰에서 잘못을 인정했다.
하프 부대변인은 “북한 당국의 석방 결정을 환영한다”며 ‘북한’ 대신에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DPRK)’이라는 정식 국호를 사용했다. 조시 어니스트 백악관 대변인도 “파울 씨 석방은 긍정적인 결정”이라며 “나머지 두 명의 석방도 촉구한다”고 말했다.
정부 소식통은 “유엔이 김정은을 국제형사재판소(ICC)에 회부할 움직임을 나타내는 등 국제사회의 전방위 인권 압박에 부담을 느낀 북한이 유화적 제스처를 보인 것으로 판단된다”며 “북한이 억류자 석방을 고리로 다시 북-미 대화로 나올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그러면서 국내 민간단체의 대북 전단 살포와 관련해 “삐라 살포는 곧 전쟁행위로, 그것이 강행되면 (전단의 풍선) 소멸 전투가 벌어진다”라고 위협하기도 했다. 대북 전단에 대한 총격 등 잇따른 도발이 고위급 접촉에서 주도권 행사를 노린 의도임을 드러낸 것으로 풀이된다.
워싱턴=신석호 특파원 kyle@donga.com / 윤완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