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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헌재 기자의 히트&런]김태형의 두산, 돌아온 ‘허슬두’

입력 | 2014-10-23 03:00:00


‘사람이 미래다’라는 기업철학을 가진 두산에는 몇 해 전까지만 해도 ‘장수 감독’이 많았다. 김인식 전 감독은 1995년부터 2003년까지 9년간 지휘봉을 잡았다. 뒤를 이은 김경문 전 감독(현 NC 감독)은 2004년부터 8년간 두산을 이끌었다.

그랬던 두산이 21일 1년 만에 송일수 전 감독을 경질했다. 계약 기간이 아직 2년이나 남은 감독이었다. 대신 선수와 코치로 22년간 베어스 유니폼을 입었던 김태형 전 SK 배터리 코치를 새 감독에 선임했다. 두산이 배포한 보도자료에는 김 감독 선임 배경이 이렇게 설명돼 있다.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공격적인 야구를 추구하는 지도자로 근래 퇴색된 두산의 팀 컬러를 복원할 수 있는 적임자라고 판단했다.”

송 전 감독이 이끈 올해의 두산은 색깔이 없었다. 화끈한 공격 야구도, 치밀한 작전 야구도 아니었다. 투수의 팀도 아니었고, 기동력도 떨어졌다. 팀의 상징과 같았던 ‘화수분 야구’도 실종됐다.

두산은 무색무취한 야구에 다시 색깔을 입히기로 했다. 그래서 데려온 사람이 김태형 감독이다. 김 감독은 22일 취임 기자회견에서 허슬플레이를 강조했다. 그는 “내 야구는 흔히 얘기하는 ‘허슬두(Hustle Doo)’다. 선수들에게 자신감과 책임감을 불어넣으려 한다”고 했다.

어디서 많이 들어본 소리 같지 않은가. 그렇다. 김경문 감독 시절 팀의 캐치프레이즈로 사용됐던 ‘허슬두’가 다시 등장한 것이다.

형님 리더십으로 포장되곤 하지만 김경문 감독은 선수들이 무척 무서워하는 사령탑이다. 원칙을 중시하고, 몸을 아끼지 않는 플레이를 선호한다. 하지만 그의 눈에서 한 번 벗어나면 그걸로 끝이다. 실제로 그의 눈 밖에 나 다른 팀으로 쫓겨난 스타급 선수도 몇몇 된다.

김태형 신임 감독도 강한 카리스마의 소유자다. 온화해 보이는 얼굴과 달리 선수 시절 ‘군기 반장’으로 통했다. 특유의 친화력이 주무기였던 김인식 감독은 1998년부터 2000년까지 그에게 주장 완장을 맡겼다. 자칫 흐트러질지 모르는 팀 분위기를 선수단 내에서 잡아달라는 뜻이었다.

1990년 이후 두산의 감독 교체 패턴은 온탕과 냉탕을 오간 것으로 볼 수 있다. 1991년부터 4년간 지휘봉을 잡은 윤동균 전 감독은 열혈남아였다. 너무 강한 지도 방식에 당시 선수들은 집단 이탈 사태를 일으켰고 그를 대신해 1995년부터 인자한 리더십의 김인식 감독이 사령탑에 올랐다. 그렇지만 2003년 하와이 전지훈련 도중 터진 선수들의 술자리 소동 등의 문제가 발생하자 두산은 2004년 김경문 감독을 임명했다.

2011시즌 김경문 감독이 물러난 뒤 김태형 감독은 유력한 차기 감독으로 떠오르기도 했다. 하지만 당시 두산은 김진욱 감독을 전격 발탁했다. 김태형 감독의 능력을 낮게 평가해서가 아니라 김경문 감독 치하에서 강행군을 이어오던 선수단에 필요한 것은 따뜻한 ‘엄마 리더십’이라는 판단에서였다. 주로 2군 코치로 활동하던 김진욱 전 감독은 인자한 리더십으로 선수들에게서 두터운 신망을 얻고 있었다.

김진욱 전 감독은 재임 2년째인 지난해 팀을 한국시리즈로 이끌었지만 시즌 내내 세밀한 야구가 부족하다는 평가 끝에 재계약에 실패했다. 그 공백을 채워줄 것으로 기대하며 데려온 사람이 송일수 전 감독이었으나 그 역시 팀과는 궁합이 맞지 않았다.

그 결과 두산은 내년부터 다시 ‘허슬두’로 복귀한다. 역사는 돌고 도는 것이고 두산 감독 역시 냉탕과 온탕을 오가는 것이다.

이헌재 기자 un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