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케이의 근거없고 무례한 기사, 많은 일본인들 부끄럽게 생각 그러나 검찰 기소는 과유불급 무죄선고땐 대통령 체면 구기고, 유죄땐 한국 이미지 타격 日기자 독도질문 유머있게 답변… 朴대통령, 그 여유 기억했으면
와카미야 요시부미 일본국제교류센터 시니어펠로 전 아사히신문 주필
세월호 사고의 뒤처리도 좀처럼 진척되지 않는 가운데 잇달아 터지는 대형 사고. 안팎에 산적한 난제. 대통령으로서 마음 편할 날이 없음은 짐작하고도 남음이 있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편지를 올리는 것은 그런 나날 속에서 대통령이 마음의 여유를 잃고 계시는 게 아닐까 걱정이 되었기 때문입니다. 다른 게 아닙니다. 산케이신문 서울지국장이 명예훼손죄로 기소된 건입니다.
사실은 한 나라의 원수에 대해 참으로 무례한 기사라고 느꼈던 일본인이 많았습니다. 마치 가십 주간지 기사 같다며 부끄럽다고 하는 사람도 있었습니다. 그 후에 기사가 사실무근으로 확실히 판명난 점을 감안하면 더더욱 그렇습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필자인 서울지국장이 고발돼 형사 수사 대상이 되자 분위기가 바뀌었습니다. 기사가 된 소문 이야기는 원래 한국 신문이 쓴 것이 발단이었고 이 기사가 범죄가 된다고까지는 저로서도 생각되지 않습니다. 산케이신문과 생각이 다른 아사히신문조차 사설에서 한국에 우려를 전했습니다.
프랑스에 본부를 둔 비정부기구(NGO) ‘국경 없는 기자단’도 경종을 울렸습니다. 일본 정부도 우려를 전달했습니다.
그런데도 한국 검찰은 기소를 단행했습니다. 피해자인 대통령의 동의가 있었기 때문임에 틀림없습니다. ‘언론의 자유’를 공권력이 침해하는 행위라고 일본 언론이 일제히 반발했고 일본신문협회는 항의 결의를 했습니다.
그런데 한국이 기소에 나서면서 산케이신문이 피해자가 되어 버렸습니다. 반대로 한국은 언론을 엄격하게 탄압하던 낡은 시대를 다시 떠올리게 해 국제적인 이미지 저하를 초래했습니다. 모처럼 정상회담 실현을 위해 조금 움직이기 시작하던 한일 외교에도 찬물이 끼얹어졌습니다.
저는 대통령이 야당 당수였던 2006년 일본을 방문했을 때의 기자회견을 기억합니다. ‘다케시마(독도) 문제를 해결하려면’이라는 질문에 어떻게 답할지 모두 숨을 죽이고 지켜보는 가운데 당신은 미소를 띠고 단 한마디. “일본이 독도를 한국의 영토라고 인정해 주시면 해결됩니다.” 당시 노무현 대통령이 이 문제로 일본을 심하게 비판하고 있었던 것과 대조적으로 한국의 원칙을 말하면서 가볍게 되받는 여유가 일본 기자들의 웃음을 자아냈습니다.
대통령이 부디 그 여유와 유머 감각을 떠올리길 바랍니다.
문제의 기사에 대한 승부는 이미 끝났으니 공권력을 휘두를 것도 없습니다. 지나침은 모자람과 같다고 했습니다. 오히려 “그런 스캔들을 만들어 주시다니 제가 인기 여배우인 것 같아 영광이네요”라는 식으로 코멘트 했다면 모두가 “과연”이라고 했을 것입니다.
아, 저도 이런 글을 써 대통령의 명예를 훼손했다고 생각될지도 모르겠습니다. 여러 가지 실례를 아무쪼록 용서해 주십시오.
와카미야 요시부미 일본국제교류센터 시니어펠로 전 아사히신문 주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