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주 대한적십자사(한적) 총재가 국정감사를 회피하기 위한 ‘뺑소니 출장’ 논란을 빚고 있다. 그는 23일 한적에 대한 국정감사를 앞두고 국제적십자사연맹 아태지역 회의에 참석한다는 이유로 21일 중국으로 출국했다. 여야는 그에게 빨리 귀국해 국감에 참석할 것을 요구했으나 불응했다. 국회의원들이 계속 다그치자 그는 전화와 문자메시지로 “23일 국감은 출석할 수 없으며 27일 국감에 출석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여야는 어제 김 총재에 대한 동행 명령을 의결하고 그래도 불출석하면 고발하기로 했다.
기업인 출신인 김 총재는 2012년 대통령선거에서 박근혜 후보의 선거대책본부장을 맡아 박 대통령의 당선을 도왔다. 그는 선거운동 과정에서 자신을 ‘재벌 좌파’라고 내세우는 등 파격적이고 당당한 언행으로 눈길을 끌었다. 전직 국무총리나 장관 출신들이 한적 총재로 임명됐던 관례에 비추어 그가 한적 총재가 된 것은 박 대통령이 마음 빚을 갚은 인사라고 충분히 해석할 수 있다.
새정치민주연합은 한적에 대한 이번 국정감사를 단단히 벼르고 있었다. 김 총재를 불러놓고 박 대통령의 보은 인사 여부를 따지고, 그의 약점을 잡아 호통을 치려 했을 것이다. 야당으로서는 정치 공세를 위한 좋은 기회로 판단했을지 모른다. 그럼에도 김 총재가 국감에 출석하지 않은 것은 유감스럽다. 국제회의가 그토록 중요했다면 사전에 보건복지위 소속 국회의원들에게 충분히 설명하고 양해를 구했어야 했다. 그는 불출석 사유서만 제출하고 도망치듯 중국으로 떠나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