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력 단절 여성을 위한 대기업의 채용설명회에 많은 여성들이 참여한 모습. 동아일보DB
“우리 나이에 재취업하기가 얼마나 어려운 줄 아니? 어쨌든 잘된 거라고 생각해.”
일행 중 한 명이 재취업에 성공한 듯했습니다. 그가 앞으로 어떻게 직장일과 집안일을 함께 할지 고민을 털어놓은 모양입니다. 중년 여성에게 재취업이란 아직 ‘그저 감사해야 할 일’인가 봅니다. 이른바 ‘경단녀(경력 단절 여성)’의 재취업과 시간선택제 일자리 확대를 위해 준비했던 ‘리스타트 시리즈’를 취재하면서 만난 수많은 경단녀들은 제게 입을 모아 말했습니다. “경력 단절을 겪어보지 못한 직장인들은 잘 모른다”고. 특히 신입 사원으로 취업이 사실상 불가능한 30대 중반 이후의 구직자들이 직업을 갖기 위한 노력과 좌절은 상상을 초월했습니다.
지난해 8월, ‘CJ 리턴십(경단녀 재취업 프로그램)’ 지원자에 대한 면접이 열렸습니다. 면접관들이 던진 첫 질문은 “이전의 경력이 단절된 이유가 무엇입니까”였습니다. 그런데 답을 하던 사람 둘 중 하나는 말을 하다 말고 닭똥 같은 눈물을 뚝뚝 흘렸다고 합니다.
“결혼하고 아이를 낳으면서 10년 동안 쌓아온 경력을 고스란히 포기했어요. 그런데 전 정말 일이 너무 하고 싶었거든요?” “일을 그만두고 아이를 기르며 집에서만 지내다 보니 가벼운 우울증까지 앓았어요.”
사연은 달라도 이야기의 끝은 항상 서러움의 눈물이었으니, 인사팀은 눈물을 닦을 티슈를 준비해 놓는 것 말고는 다른 방법이 없었다고 합니다. 남의 일 같겠지만, 사실 주변에서 경단녀를 찾는 일은 어렵지 않습니다. 이들은 주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심경을 고백합니다. 직장인 친구들이 ‘회식을 마치고, 내일도 힘내서 출근이다!’라는 글을 올릴 때, 이들은 ‘아이를 재우고… 내일도 빨래에 설거지다…’라는 글을 띄우니까요.
이들이 큰 결심을 하고 재취업을 준비하더라도, 문제는 계속됩니다. 신입사원으로 입사하는 것은 불가능하고 경력직으로 입사하는 것도 정말 쉽지 않습니다. 일을 1년만 쉬어도 경력직 입사는 물 건너 갔다고 생각하면 된다는 게 인사담당자들의 전언입니다.
자신의 능력을 집안에 꼭꼭 숨겨둔 ‘슈퍼맘’들이 어서 빨리 밖으로 나오길 기대합니다. 더불어 이들이 안심하고 밖으로 나올 수 있는 정책적, 사회적 여건도 하루빨리 조성되길 바랍니다.
권기범 소비자경제부 기자 ka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