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트렌드 생활정보 International edition 매체

[‘삼성고시’ SSAT 톡톡]“응시만으로도 기회” “묻지마 지원 부작용 커”

입력 | 2014-10-24 03:00:00

“삼성 응시만으로도 기회, 너도나도 SSAT”
“직무능력테스트와 무슨 관련 있는지는 의문”
“묻지마 지원 부작용 커, 응시 자격 제한해야”
“삼성만큼은 ‘열린 채용’ 계속 유지했으면”




《 삼성 입사의 첫 관문인 ‘삼성직무적성검사(SSAT)’가 국내외 82개 시험장에서 12일 치러졌습니다. 지원자들은 언어, 수리, 추리, 시각적 사고, 직무 상식 등 5개 과목 160문제를 140분 안에 풀어야 했습니다. 올해에도 10만 명 이상의 지원자가 몰렸습니다. SSAT에 합격해도 에세이, 면접 등 최종 합격까지는 먼 길이 남아있습니다. 요즘 대학생들에게 SSAT는 삼성 입사와는 별개로 꼭 한번은 쳐봐야 하는 시험으로 통합니다. 삼성 시험이 타 기업 인·적성검사 시험 방향을 주도하기 때문이라는군요. 정작 삼성은 내년 하반기부터 응시생들이 너무 몰려 SSAT 폐지를 검토한다고 합니다. 취업 준비생들에겐 그 자체가 화제가 되고 있습니다. 이 시대 젊은이에게 SSAT는 어떤 의미를 가지는 것일까요. 시험을 치른 젊은이들에게 물어보았습니다. 》     
     
 

다른 입사시험의 기준… 취준생 필수 코스


―우리는 취업할 때 연봉이나 주변 시선, 이름을 따지는 나라가 아닌가. 중소기업보다는 대기업 선호가 강한 사회에서 삼성은 시험을 쳐보는 그 자체만으로도 의미가 있다.(23·여·이공계열·4학년 2학기)

―휴대전화 텔레비전 등 삼성 제품을 자주 접하니까 삼성에 대한 동경 같은 게 생긴 것 같다. 취업 준비를 한 이후부터는 삼성이 위대하다고까지 느껴진다.(23·여·이공계열·4학년 2학기)

―좋고 나쁜 기업에 대해선 잘 모르겠다. 대기업에서 중소기업은 갈 수 있지만 중소기업에서 대기업으로 가는 게 불가능한 건 확실하다. 시작을 대기업 중의 으뜸인 삼성에서 시작하고 싶다.(25·이공계열·4학년 2학기)

―삼성은 일단 서류전형에서 계열사별 기본 요건만 충족하면 다 통과시켜 준다. 요건도 누구나 준비할 수 있는 정도라 웬만하면 필기시험을 칠 수 있다. 나만 하더라도 이번이 응시 세 번째다. 다른 기업들은 스펙을 안 본다고 하지만 서류전형에서부터 통과하기가 무척 어렵다.(25·여·상경계열·졸업 후 2개월)

―취업 준비생들 사이에서 SSAT는 무조건 한번은 쳐봐야 한다는 공감대가 만들어져 있다. 다른 기업에 비해 일단 시험 기회를 잡기 쉽고, 운이 좋으면 시험에 합격해 최종면접까지 갈 수도 있으니까 그런 얘기가 나오는 것 같다.(24·여·인문계열·졸업 예정)

―공채 시즌이 되면 자기소개서를 쓰느라 서류 과정에서부터 다들 죽어난다. 그런데 삼성은 자소서 없이 몇 가지 항목만 채워 넣으면 끝이니까 지원하는 데 부담이 없다.(25·여·상경계열·4학년 2학기)

―금융권 취업에 관심이 많다. 인·적성 시험 경험을 쌓기 위해 SSAT를 쳤다. 문제 대부분이 SSAT를 기준으로 만들어진다고 우린 알고 있다. 다른 입사시험의 기준이 된다니까 무조건 쳐봐야 한다는 생각이고 다른 기업보다 서류 통과가 쉽고 따로 응시료도 없어서 부담이 없다. (24·여·상경계열·4학년 2학기)

문제집 구매에만 수십만 원

―시험 한 달 전에 같은 학과 동기 7명이 공부모임을 만들었다. 처음 3주 정도는 시중에 나오는 유형 분석 문제집을 풀었고, 마지막 1주는 시간을 맞춰두고 실제 시험장에서처럼 풀었다. 일주일에 4, 5번은 모였고, 한 번 모이면 적어도 4시간은 공부했다.(25·이공계열·4학년 2학기)

―SSAT 유형이 자꾸 바뀌는 추세라 바로 몇 달 전에 나온 수험서도 옛날 버전인 것 같아 보기 찜찜하다. 새 책을 사느라 돈이 많이 들었다. 올해 처음 시험을 치렀는데, 잘 보고 싶은 욕심에 유명 강사의 인터넷 강의까지 결제했다. 이번 SSAT 준비에 든 비용만 25만 원이다. 허리가 휘청휘청한다.(23·여·상경계열·4학년 2학기)

―문제집을 사서 푸는 건 기본이다. 요즘에는 인터넷 취업 카페에서 제공하는 한국사, 경제, 정보기술(IT) 등의 상식 요약본을 받기 위해 카페 활동을 열심히 해야 한다. 댓글을 달고 게시판에 글을 올려야 자료를 받을 수 있다. 친구들끼리 자료를 돌려본다.(23·여·이공계열·4학년 2학기)

―한국사며 인문학을 중요하게 여긴다기에 지난여름 한국사 자격증을 땄다. 평소 역사를 좋아하기도 하지만 1차 목표는 시험에 대비하기 위해서였다. 다른 기업에서도 한국사를 강조하고 있어 아예 자격증을 따놓는 게 좋을 것 같았다.(24·여·인문계열·졸업 예정)

―친구 3명과 함께 시험 두 달 전부터 일주일에 5번씩 모여 공부를 했다. 오전 9시부터 11시까지 모의고사를 먼저 풀고, 1시간씩 문제풀이를 같이했다. SSAT는 다른 기업을 대비한 인성과 적성 공부에도 도움이 되는 것 같다.(27·인문계열·졸업 후 8개월)

―상반기 인턴 SSAT를 준비할 때 여럿이 모여 공부를 했는데 결과가 좋지 못했다. 그래서 이번에는 마음 맞는 친구와 둘이서 실전 모의고사를 풀며 감각을 익혔다. 시험 1주일 전부터는 하루 종일 SSAT만 공부한 것 같다. 밥 먹는 시간, 잠자는 시간 빼고는 오로지 SSAT에만 집중했다.(26·이공계열·4학년 2학기)

SSAT 합격은 로또 당첨과 같아

―SSAT를 처음 쳤다. 한국사가 나온다기에 나름대로 열심히 준비했는데 세계사 문제가 생각보다 많이 나와서 당황했다. ‘산업혁명을 설명해주고 당시의 영국 상황과 맞지 않는 것을 고르시오’라는 문제를 본 뒤 멍하게 산업혁명이라는 말만 속으로 반복했던 것 같다.(23·여·이공계열·4학년 2학기)

―시험 이름이 ‘삼성직무적성검사’인데, 이걸로 내 적성과 인성을 알 수 있을까 싶다. 업무랑 관련성도 크지 않은 것 같다. 사실 다른 기업의 경우도 크게 다르지는 않은 것 같다. 시험공부를 하면서도 영 찜찜한 기분이 들었다.(25·여·상경계열·졸업 후 2개월)

―시험 치는 중에 모르는 문제가 나와도 찍지 말라는 안내 방송이 나왔다. 그런데 틀리면 감점된다는 말도 들려온다. 어떤 게 사실인지 확인할 수 없다. 나중에 결과를 알려줄 때도 합격과 불합격만 통보한다. 내가 어디가 부족한지 전혀 알 길이 없다. 점수라도 알려줬으면 좋겠다.(25·이공계열·4학년 2학기)

―사람들 말로는 SSAT 시험장은 즐기는 마음으로 갔다 와야 한다고 한다. 또 SSAT는 열심히 해도 떨어지고 열심히 안 해도 떨어지는 시험이라고도 한다. 이건 뭐 로또 수준이다. (25·이공계열·4학년 2학기)

내년 폐지? “찬성” vs “반대”

―주변에 보면 일주일 반짝 공부하고 삼성에 들어가는 경우가 종종 있다. 그래서 취업준비생들 사이에 “삼성의 ‘피’가 있어야 삼성에 입사한다”는 말이 나돈다. 채용 과정에 문제가 있는 거 아닌가. 개혁이 필요하다. 폐지하는 게 옳다. (23·여·상경계열·4학년 2학기)

―응시 자격에 제한이 적다 보니 너도나도 SSAT를 치고 있다. 10만 명이 응시한다고 하니 열심히 할 의욕이 생기지 않는다. 또 기회가 너무 무분별하게 주어지니까 그 기회가 소중하게 느껴지지 않는다. 서류 전형을 거치고 SSAT를 보는 게 옳다고 생각한다.(25·여·상경계열·4학년 2학기)

―취업이 어려운데 삼성이 SSAT라는 기회를 주는 건 고맙기까지 하다. 하지만 지원자 대부분이 응시할 수 있도록 하는 지금의 방식은 지원자에게도, 기업에도 에너지 낭비라고 생각한다. SSAT 전 서류 전형에서 자격 요건을 지금보다 조금만 올린다면 안 되면 말고 식의 지원이 많이 줄 것 같다.(25·여·상경계열·4학년 2학기)

―삼성의 열린 채용이 유지되었으면 한다. SSAT 폐지 서류전형 도입 등 내년 하반기 삼성 채용이 변화될 것이라는 기사가 났는데 이를 보고 삼성마저 열린 채용 문이 닫힌다며 아쉬워하는 반응이 많다. 삼성마저 다른 기업들처럼 채용 과정을 다른 기업화하는 것은 안타깝다.(23·여·이공계열·4학년 2학기)

―사기업이 인재를 뽑는 방식은 비판의 대상은 아닌 것 같다. SSAT를 한 번 치르는데 삼성 쪽에서 100억 원 이상이 든다는 소리를 들었다. 폐지 방침이 이해가 간다. 그래도 삼성만 바라보고 준비해온 취업준비생들에게는 날벼락과 같은 소식이다. 폐지해선 안 된다.(25·이공계열·4학년 2학기)

―기업이 원하는 인재를 찾기 위해 채용 과정을 계속해서 변화시키는 것은 옳다고 본다. 다만 개인적으로는 채용 과정을 완전 투명하게 바꾸었으면 좋겠다. 학벌을 따진다면, 숨기지 않고 그렇다고 당당하게 얘기했으면 좋겠다. 지원자는 헛된 희망을 갖지 않고, 기업은 원치 않는 서류를 받지 않아도 되니 서로에게 좋지 않을까?(25·이공계열·4학년 2학기)

오피니언팀 종합·도혜민 인턴기자(경북대 국어국문학과 4학년)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