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장애인 아시아경기 누비는 휠체어의 세계


내 이름을 휠체어야. 국가대표 선수인 주인님을 모시고 24일 끝나는 2014 인천 장애인 아시아경기 대회에 참가하고 있어. ‘꼬마 버스 타요’만큼 유명하지는 않지만 이 정도면 어깨에 힘 좀 줘도 되겠지?
이번 대회가 너무 신나서 방방 뛰어다녔더니 어깨가 고장이 났어. 그래서 선수촌 정문(남문) 150m 안쪽에 자리 잡은 ‘보장구 수리센터’에 들러 도움을 받았지. 어디든 다친 곳이 있는 친구들은 이곳에 들르면 24시간 동안 무료로 손질을 받을 수 있거든. 이번 대회 참가 선수 5명 중 2명은 휠체어를 타야 하니까 이곳도 엄청 바빠. 듣자 하니 공군참모총장 출신인 김성일 대회조직위원장께서 근처를 지나시다가 “가만히 지켜보고 있으니까 뭉클하더라. 바쁘면서도 훈훈한 그런 느낌”이라고 하셨다 하더라고.
“무리해 고장났어요” 무료수리센터 북적 인천 장애인 아시아경기가 한창인 23일 선수촌 내 휠체어 수리 센터. 휠체어를 24시간 무료로 수리해 주는 곳이다. 전체 선수단의 절반가량이 휠체어를 이용하는 장애인 선수들에게는 병원이나 마찬가지인 곳이다. 인천장애인아시아경기 자원봉사단 제공
사실 비쌀 만하잖아. 우리는 보통 주인님보다 눈길을 먼저 받는 매력 덩어리니까. 한번 솔직하게 대답해 봐. 휠체어를 타고 가는 사람을 보면 휠체어가 먼저 보이는지 사람이 먼저 보이는지. 오죽하면 세계적인 천체물리학자 스티븐 호킹 박사가 “내가 탄 휠체어보다 내가 발견한 과학적 업적으로 더 유명해지고 싶다”고 하셨을까. 거꾸로 일부 정치인이나 재벌 총수들은 자기들 재산 수준에 어울리지 않는 값싼 휠체어에 앉았다는 사실 자체로 관심을 돌리기도 하고 말이야.
우리가 주인님들께 이동의 편리를 드리는 건 사실이지만 목적지는 주인님이 정하시는 거야. 그러니 약속하자. 다음부터는 우리보다 주인님을 먼저 보기로 말이야. 아, 주인님이 그만 가자고 하시네. 약속 잊으면 안 돼!
인천=황규인 기자 kin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