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헌위한 충정” 연일 해명하다… 김무성대표 삼고초려 만류에 “가야할 길 다르지 않아” 회군시사… 親朴-非朴 모두 “납득 못할 일”
새누리당 김태호 의원이 24일 국회에서 열린 외교통일위원회의 통일부 국정감사에서 생각에 잠겨 있다. 원대연 기자 yeon72@donga.com
○ 김태호 “고민 깊어졌다”
김 의원은 이날 밤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사퇴를 철회할 의사가 있느냐는 질문에 “솔직히 고민이 좀 더 깊어졌다”고 말했다. “나의 요구(개헌)를 (지도부) 안에서 하는 게 더 좋지 않으냐는 요구가 강하다”고 말했다. 특히 “개헌과 관련해 김무성 대표와 내가 가야 할 길이 다르지 않다”고도 했다. ‘개헌 불가피론’에 힘을 실어주기 위해서라도 사퇴 번복을 할 필요성이 있다는 점을 시사한 것이다. 김 의원은 전날 밤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개헌은 하늘이 두 쪽 나도 해야 한다”고 했었다.
김 대표는 전날 저녁 여의도의 한 식당에서 김 의원을 만나 설득한 데 이어 이날도 두 차례나 만나 사퇴 철회를 요청했다. 오전 11시 40분경 김 의원의 국회 의원회관 사무실을 찾은 데 이어 김 의원을 만나기 위해 대전까지 내려갔다. 삼고초려를 한 셈이다. 김 대표는 통화에서 “김 의원과 만나 ‘내가 사퇴를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다. 더이상 아무 말도 하지 말고 사퇴를 유보하고 고민을 해보라’고 설득했다”고 했다.
○ 하루 종일 알쏭달쏭 발언
김 의원은 이날 시종 최고위원직 사퇴 결정에 대해 알 듯 모를 듯한 해명을 내놨다.
국회 외교통일위원회의 통일부 국정감사가 시작되기 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는 사퇴 배경에 대해 “시작도 개헌이었고 끝도 개헌이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경제 활성화 법안을 통과시킨 뒤라야 개헌의 물꼬를 틀 수 있지 않겠느냐”고 반문했다. 전날 김 대표를 향해 박 대통령이 다걸기 하고 있는 경제 활성화에 염장을 뿌렸다고 비판하면서 자신의 사퇴가 김 대표를 정조준한 것이란 관측을 불식시키려는 듯했다.
○ 친박 일각 “존재감 부각 위한 조급증”
김 의원의 해명이 계속되면서 당내에선 사퇴 배경을 둘러싸고 각종 설이 난무했다. 친박계 일각에선 김 의원의 조급증에서 기인한 것이란 해석이 나왔다.
친박계인 홍문종 의원은 기자들과 만나 “본인이 당 최고위원이고, 개헌론도 본인이 먼저 말했는데 김 대표에 가려서 본인의 목소리를 못 내고 정치적으로 너무 소외돼 있다 보니 조급증이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주변의 말이 있다”고 말했다.
홍 의원은 라디오 인터뷰에서는 “경제 문제에 관해서 대통령께서 간곡히 말씀하셨는데, 김 대표가 개헌론으로 여의도를 완전히 블랙홀로 빠뜨렸기 때문에 김 의원이 경제를 살려야 한다는 나름대로의 현장의 목소리를 전하려고 하지 않았느냐고 판단한다”고 했다. 김 대표와 김 의원의 틈새 벌리기로 해석된다. 친박 맏형 격인 서청원 최고위원은 “왜 그랬는지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 대표와 김 의원은 평소 막역한 사이로 2010년에는 당 원내대표와 국무총리 후보자의 위치였다. 당시 이명박 대통령은 40대(1962년생)로 경남도지사 재선 출신인 김 의원을 세대교체의 차세대 주자로 깜짝 발탁했다. 당시 비주류였던 친박계는 김 의원의 발탁이 유력 대권주자였던 박 대통령에 대한 견제용으로 의심했다.
공교롭게 한나라당의 원내대표였던 김 대표는 친박이 껄끄러워하던 김태호 후보자의 인사청문회 통과를 위해 동분서주했다. 당시는 김 대표가 사실상 탈박(탈박근혜) 수순을 밟던 시기이기도 했다.
고성호 sungho@donga.com·홍정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