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은 혼자라도 괜찮아/엘렌 고디 글·에밀 아렐 그림/김주경 옮김/95쪽·9000원·국민서관
아이가 혼자 들어가 방문을 잠갔습니다. 그리고 자신을 ‘골방’이라고 불러 달랍니다. 그렇게 이틀이 지났습니다. 여러분도 한 번쯤 경험해 보셨겠지요. 동화에서 흔히 등장하는 갈등입니다. 이후 어떤 상상을 할 수 있을까요? ‘나와, 쾅쾅쾅!’ 엄마의 날선 목소리가 등장하기도 하고, ‘흥, 그래봤자’ 하는 어른들의 계산된 무관심이 보이기도 합니다. 대부분 동화의 결말은 아이가 문을 열고 나옵니다. 엄마가 밉다가도, ‘백만 년 동안 절대 말 안 하겠다’가도 문을 열고 나와 화해를 합니다. 그렇게 착한 어린이가 되어간다는 이야기입니다.
이 동화는 결말이 조금 다르네요. “네 골방 안에 좀 들어와 있어도 괜찮을까?”(85쪽) 아이가 문을 잠근 좁디좁은 골방에 언니가 들어옵니다. 자기도 골방이 꼭 필요하다네요. 남자친구도 지겹고 엄마에게도 속상했답니다.
좋은 동화는 아이들에게는 자신의 마음을 알아주어 즐겁고, 삶에 대한 희망을 가지게 합니다. 어른들에게도 쉽게 읽히면서 삶의 본질을 생각하게 해줍니다.
골방이란 장소의 새로운 의미 부여는 아이에게는 새로운 것에 대한 희망을, 어른들에겐 잊고 사는 것에 대한 잠깐의 생각을 가능하게 합니다. 아이들을 어른의 질서에 편입시키기 위한 도구로 동화를 사용하는 이 시대에, 이 책은 유쾌하고 진지하게 질문을 던지고 있습니다.
김혜원 어린이도서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