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지은 사회평론가
올 초부터 중앙, 지방 가릴 것 없이 수시로 감사를 나오는 등 감사를 강화하고 있는 주목적이 ‘세금 환수’라는 이야기도 떠오른다. 가뜩이나 며칠 전에 시장이 공식적으로 고강도 세출 구조조정을 예고한 도시에 살고 있는지라 심란함이 더하다.
풍경 둘. 은행에서 있었던 일이다. 할아버지 한 분이 통장에 잔액이 있는데 인출이 안 된단다. 이것저것 두들겨 보던 은행원이 조심스레 말한다. “어르신, 과태료 안 낸 게 있으시네요” “응? 과태료?” “네, ○○경찰서에서 과태료 체납 건으로 통장을 압류한 상태예요” “아니, 그게 말이 돼? 기초연금 나왔다고 해서 달려왔는데 과태료 때문에 돈을 못 찾는다고?” 꼭 필요한 돈이라고 읍소하는 할아버지와 과태료를 내는 수밖에 방법이 없다고 미안해하는 은행원을 보는데 내가 다 민망했다. 20만 원이 채 안 되는 돈을 위해 불편한 몸을 이끌고 달려온 할아버지는 결국 발걸음을 돌릴 수밖에 없었다.
지난해 11개월간 교통경찰관의 현장 단속 건수가 269만3691건에 이르러 2012년(165만995건)보다 63%나 늘어났고 경찰청은 올해 상반기에만 역대 최대 규모(612억8946만 원)의 교통범칙금을 부과했다지 않은가. 어떻게든 ‘구멍 난 세수를 메우려는 꼼수’는 이뿐만이 아니다.
가계소득 비중이 줄어드는데 소득세만 증가한다는 통계도 나와 있다. 올해 정부 예산안의 소득세 수입은 54조2000억 원, 법인세는 46조 원 수준인데, 2006년부터 2011년까지 가계소득 증가율은 5%이고, 기업소득 증가율은 9.7%다. 그런데도 법인세는 제자리고, 개인의 소득세 증가율은 전체 국세 증가율의 2배에 달한다. 기업보다 개인의 세 부담이 커지는 현상이 고착화되고 있는데도 정부는 여전히 법인세를 높이지 않는 것이 소신이라니 답답한 노릇이다.
세 번째 풍경을 소개하며 글을 마치려 한다. 숲 속의 다람쥐 얘기다. 이 가을 다람쥐들은 두 볼 불룩하게 도토리를 물어 나르느라 바쁘다. 열심히 물어 날라서 자기만 아는 곳에 도토리를 파묻어 둔다. 문제는 너무 많은 곳에 묻어 놓다 보니 태반은 기억을 못 해서 꺼내 먹지를 못한다는 것이다. 이 귀여운 건망증 덕에 묻어둔 도토리가 싹을 틔우고 나무로 자라는 비율이 꽤 높다고 하니, 다람쥐는 알게 모르게 숲에 큰 기여를 하고 있는 셈이다.
현 정부가 다람쥐처럼 묻어둔 도토리가 자기도 모르게 나무로 자라는 지혜를 숨겨두고 있는 게 아니라면, 도토리를 두 볼에 넣어 나르는 것 외에 방법 없는 서민들은 그만 괴롭히고 제대로 번지수 찾아서 세수를 확보할 방안을 찾았으면 좋겠다. 도토리를 싸게 빌려주는 정책 대신 도토리를 많이 모을 수 있도록 경제구조를 바꾸는 것은 그 시작일 것이다.
정지은 사회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