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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아선 진보단체, 전단 빼앗고 불태워… 쫓기던 보수단체, 김포 이동 기습살포

입력 | 2014-10-27 03:00:00

[대북전단 ‘南南 충돌’]
25일 파주 ‘대북전단’ 충돌 현장




정부의 우려에도 보수단체가 주도한 대북전단 날리기 행사가 25일 임진각 일대에서 강행됐다. 이 과정에서 전단 발송에 반대하는 진보단체 회원들과 곳곳에서 크고 작은 충돌이 빚어졌다. 경기 파주시민 일부도 트랙터 50여 대를 몰고 나와 전단 발송을 막았다. 보수단체들은 ‘우회작전’까지 펼친 끝에 임진각이 아닌 경기 김포시에서 기습적으로 대북전단 2만 장을 날려 보냈다.

○ 전단 뺏고 욕설 몸싸움 난무

25일 오전 9시 30분경 서울역 앞에 모인 보수단체 회원들의 표정에는 비장함마저 느껴졌다. 최우원 대북전단보내기국민연합 대표는 “앞서 북한군의 (군사분계선) 총격을 지켜본 뒤 결코 굴복하지 않는 자유민주주의를 보여주고자 이번 행사를 계획했다”며 “북한 동포들에게 자유민주주의의 실상을 알려 북한 체제를 붕괴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같은 시간 임진각에는 전단 발송에 반대하는 자주통일과 민주주의를 위한 코리아연대 등 진보단체 회원과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노총) 관계자, 트랙터 50여 대에 나눠 타고 온 파주시민 등 200여 명이 모여 있었다. 오전 11시 40분경 보수단체 회원들이 탄 버스가 임진각에 도착하자마자 양측 사이에 물병과 계란이 날아다녔다. 최 대표도 날아온 계란에 가슴을 맞았다. 경찰이 버스를 둘러쌌지만 곳곳에서 벌어지는 욕설과 몸싸움을 모두 막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앞서 오전 11시경에는 반대 단체 회원 일부가 대북전단과 수송용 풍선 등을 빼앗아 훼손하는 일이 발생했다. 전단과 풍선은 버스와 별도로 1t 화물차량에 실려 현장에 미리 도착한 상태였다. 반대 단체 회원들은 기습적으로 전단 10만 장을 도로 옆 갈대숲에 버렸고 대형 풍선을 준비한 커터로 찢었다. 경찰은 이날 오후 전단과 풍선을 훼손한 남성 1명을 업무방해 및 손괴 혐의로 체포했다. 이 과정에서 반대 단체 회원 수십 명이 경찰과 격렬한 몸싸움을 벌였다.

오후 4시경 진보단체 회원들은 도로 한가운데 세워진 보수단체 버스를 문제 삼았다. 결국 버스는 임진각에서 15km 떨어진 공원으로 이동했다. 진보단체 회원들이 버스를 뒤쫓았고 경찰이 미처 폴리스라인을 설치하기도 전에 공원에서 양측 회원들 사이에 몸싸움이 벌어졌다.

○ 김포에서 전단 2만 장 ‘기습 살포’

이때만 해도 대북전단 살포는 사실상 실패한 것으로 보였다. 그러나 박상학 자유북한운동연합 대표는 공원에서 대치 상태가 이어지는 틈을 타 김포시 월곶면으로 이동해 오후 7시 20분경 전단 2만 장을 풍선에 담아 날려 보냈다.

박 대표가 반대 단체 회원들이 버린 전단 가운데 일부를 회수해 김포시로 몰래 빠져나갔다는 소식을 전해들은 보수단체 회원들은 경찰의 호위 속에 “대한민국 만세”를 외치며 자리를 떠났다. 반대 단체 회원들은 “부끄러운 줄 알아라”며 반박했다. 이들은 보수단체 회원들이 떠난 뒤 현장에서 남은 전단을 불태우며 “임진각에서의 전단 살포를 막았으니 우리가 성공한 것”이라며 자축했다. 한편 환경운동연합은 26일 “대북전단을 공중에 살포하는 것은 쓰레기 투기로 자연환경을 오염시키는 범칙행위”라며 박상학 대표 등을 경찰에 신고했다고 밝혔다.

파주=황성호 기자 hsh0330@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