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현 동양회장 변호 맡고도… 피해자 대리한 손배소 함께 진행 신뢰 깨는 ‘사실상 쌍방대리’에… “개인 아닌 회사상대 소송” 변명만
신나리·사회부
현 회장의 실형 선고로 ‘동양사태’ 피해자들이 잇따라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도 속도가 붙을 것으로 보인다. 그런 가운데 한 대형 로펌의 쌍방대리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형사재판에서 현 회장 변론을 맡았던 법무법인 바른이 같은 법원에서 진행되는 민사소송에선 동양사태 피해자 측의 변론을 동시에 맡고 있기 때문이다. 바른은 지난해 11월 동양그룹 계열사의 CP 등으로 구성된 금융상품에 투자해 피해를 봤다며 11억 원대의 민사소송을 낸 남송종합건설 측의 변론도 맡고 있다.
민사소송 재판부인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21부의 전현정 부장판사는 20일 재판 도중 “바른이 동양 측도 변호하지 않나”라고 변호인단에 물었다. 이에 바른 측 변호사는 “서로 다른 변호팀이다. 이(민사) 소송 수임을 우리가 먼저 했다”고 해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 부장판사는 “상황이 애매해 보인다”며 로펌 내에서 조정할 것을 권했다.
쌍방대리는 어제오늘의 문제가 아니다. 김앤장 법률사무소도 지난해 LIG그룹과 우리투자증권 사이 2000억 원대 어음 사기사건의 민형사 소송 변호를 동시에 맡아 논란이 일었다. 법조계에서는 “쌍방대리는 신뢰의 문제로 상도의에 어긋나는 행태”라고 비판한다. 사건 수임에만 급급해 가해자든 피해자든 무조건 우리의 고객이라는 인식은 의뢰인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
신나리·사회부 journar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