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프트뱅크 이대호가 26일 열린 한신과의 일본시리즈 2차전에서 결정적 홈런을 때려내며 팀을 승리로 이끌었다. 한신 오승환과 함께 팀의 핵심선수로서 맹활약하고 있다. 스포츠동아DB
4회초 두번째 타석…결정적인 솔로 아치
소프트뱅크, 2-1 한신 꺾고 1승1패 원점
오승환 등판 불발…맞대결은 다음기회로
한신 오승환(32)이 ‘장군’을 외치자 소프트뱅크 이대호(32)가 ‘멍군’으로 받았다.
이대호가 26일 고시엔구장에서 열린 한신과의 일본시리즈 2차전에서 홈런포를 쏘아 올리며 팀을 승리로 이끌었다. 그는 이날 4번 1루수로 선발출장해 1홈런 포함 4타수 1안타 1타점 1득점을 기록했다. 1차전에서 무안타로 침묵했던 그는 2차전에서도 1안타만 기록했지만 1안타가 승부를 결정짓는 홈런이었다.
이대호는 1-0으로 앞선 1회 1사 1루서 유격수 앞 병살타로 물러났지만 두 번째 타석이었던 4회 선두타자로 나와 한신 선발 노미 아쓰시의 시속 131km 슬라이더를 받아쳐 좌측 담장을 넘겼다. 비거리 120m의 대형홈런으로 이대호의 일본시리즈 첫 안타이자 첫 홈런. 동시에 양 팀 통틀어 일본시리즈 첫 홈런이기도 했다.
이대호의 홈런은 소프트뱅크가 1패 후 1승을 올리며 반격하는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 한신이 6회 1점을 따라붙었지만 소프트뱅크가 1점차 점수를 지켜내며 승리를 거뒀기 때문이다. 이대호의 홈런이 없었다면 무승부로 넘어갔을 수도 있다.
의미도 남달랐다. 소프트뱅크는 1차전에서 한신에 6-2로 지며 좋지 않은 출발을 보였다. ‘한신 수호신’ 오승환이 9회 4점차임에도 등판해 삼자범퇴로 승리를 결정지었다. 이대호는 설욕을 위해 2차전에서 나섰다. 그리고 4번타자답게 달아나는 점수를 홈런으로 뽑아내며 승부에 쐐기를 박았다.
● 이대호-오승환 맞대결은 불발
이목이 집중돼 있는 오승환과 이대호의 맞대결은 1차전에 이어 2차전에서도 이뤄지지 않았지만 한국선수들이 양 팀에서 맹활약하고 있는 것도 흥미롭다. 오승환은 클라이맥스 퍼스트스테이지 2경기와 파이널스테이지 4경기 등 총 6경기에 등판해 4세이브, 방어율 2.16의 빼어난 활약을 했다. 특히 퍼스트스테이지 2차전에서 9회부터 11회까지 3이닝 무실점하며 팀을 파이널스테이지로 이끌었고, 파이널스테이지에서도 매일 등판하는 투혼을 발휘했다. 역대 클라이맥스시리즈 최다세이브로 시리즈 최우수선수(MVP)가 됐다. 일본시리즈에서도 등판하며 7연속 경기 등판이라는 기염을 토했다.
이대호도 지지 않았다. 그는 경기 전 “오승환과 싸우는 게 아니라 한신 투수들 모두와 싸우는 것”이라며 맞대결에 대해 개의치 않고는 “타격감은 좋은데 잘 맞은 타구가 정면으로 잡히면 의미 없다. 안타와 홈런이 나와야 한다”고 책임감을 드러냈다. 말로만 그치지 않았다. 결정적 홈런으로 승기를 가져왔을 뿐 아니라 수비에서도 최고의 활약을 펼쳤다. 8회 1사 1루에서 후지이 아키히토가 친 우익선상 타구를 다이빙캐치로 걷어내는 호수비로 1점차를 지켜냈다. 일본시리즈에서 동갑내기 친구이자 한국을 대표하는 투수, 타자의 자존심 대결이 펼쳐지고 있다.
홍재현 기자 hong927@donga.com 트위터 @hong9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