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한 카리스마와 명징한 논리의 ‘마왕’이었다. 끊임없는 음악적 시도로 ‘실험의 아이콘’이기도 했다. 사회적 발언에도 당당했던 신해철은 여전히 한국 대중음악의 대표적인 아티스트로 남을 것이다. 생전 신해철의 그 다채로웠던 모습을 많은 이들은 그리워하고 있다. 사진제공|KCA엔터테인먼트
저산소 허혈성 뇌손상으로 끝내 숨져
최근 활동재개 의욕…안타까움 더해
‘마왕’은 끝내 깨어나지 못했다.
의식을 잃은 지 엿새째. 하지만 의식은 되돌아오지 않았고 하늘은 아까운 또 한 사람의 대중음악 인재를 데려가고 말았다.
유족과 고인의 소속사 KCA엔터테인먼트 측은 “신해철이 가족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하늘나라로 떠났다”면서 “빈소는 서울아산병원 장례식장에 28일 오후 1시부터 마련할 예정이며 아직 발인, 장지 등은 정해지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어 담당 의료진의 진단 내용을 전하면서 “22일 오후 2시쯤 서울아산병원 응급실에 혼수상태로 내원해 응급수술을 포함한 최선의 치료를 했지만 저산소 허혈성 뇌손상으로 사망했다”고 말했다.
저산소 허혈성 뇌손상은 5분 이상 산소 공급이 중단될 경우 신경세포가 영구적으로 손상을 입게 되는 상태를 말한다. 의학계에서는 극심한 저산소증이 지속될 때는 혼수상태에서 깨어나지 못하고 뇌사 상태에 이르게 되고, 뇌 기능이 완전히 소실돼 자발적 호흡도 없어지면 의학적으로 회생이 불가능하다고 보고 있다.
신해철은 앞서 장협착(장이 좁아지는 질환)으로 수술을 받고 퇴원과 입원을 반복해가며 치료를 받았다. 22일 오후 심정지 상태로 심폐소생술을 받았지만, 의식불명 상태로 서울 풍납동 서울아산병원 응급센터 중환자실로 이송됐다. 당시 소속사 측은 “부어오른 장이 심장을 압박해 심정지가 온 것으로 파악됐다”면서 “복막염과 장 유착, 장 손상이 확인돼 장 절제와 유착박리술 등 응급처치를 하고 복부를 열어둔 상태로 이날 밤 11시쯤 수술을 마쳤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후에도 신해철은 의식불명 상태에서 깨어나지 못했다. 그리고 결국 의식을 잃은 지 엿새 만에 세상을 떠났고 많은 팬들과 가요계 동료들은 슬픔을 가누지 못하고 있다.
김원겸 기자 gyummy@donga.com 트위터@ziodadi
이정연 기자 annjoy@donga.com 트위터@mangoostar
■ 신해철, 사망에 이르기까지
●10월17일 오후 : 갑작스러운 복통 호소. 경기 분당 A병원 내방. 대기시간 길어져 서울 송파 구 가락동 병원으로 이동. 각종 검사 후 장협착에 관한 수술 진행
●10월19일 오후 : 장협착 수술 후 퇴원
●10월20일 새벽 : 수술 부위 통증과 미열 발생으로 병원 재방문. 진료 후 퇴원
●10월22일 새벽 : 복부 및 흉부 통증으로 인해 병원 재입원
●10 월22일 오후 : 병원에서 쓰러진 채 발견. 1시간 만에 심정지 발생. 이후 심폐소생술. 서울 풍납동 아산병원 응급실로 이송. 복막염과 장 유착, 장 손상 등으로 장 절재와 유착박리술 등 응급처치 수술. 개복부 상태서 밤 11시께 수술 완료
●10월23일 오후 : 수술 이후 여전히 의식불명. 저혈압에 동공반사와 자발호흡 없는 상태로 중환자실 입원
●10월27일 : 오후 8시19분 사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