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가족중 5가족 ‘선체 인양’ 반대표… “잠수사 안전 문제땐 다시 회의” 잠수업체 “10월말까지 철수 않겠다”… 일각 “11월엔 수온-물살 악화” 우려
전남 진도에 머물고 있는 세월호 실종자 가족들이 세월호 선체 인양을 추진하지 않기로 했다. 최근 세월호 인양 가능성을 내비쳤던 실종자 가족들은 무기명투표를 통해 민간잠수사의 수중수색 방식을 유지하기로 했다. 다만 인양 문제는 계속 논의한다는 방침이어서 이들의 입장이 바뀔 여지는 남아 있다.
세월호 실종자가족 법률대리인 배의철 변호사는 27일 오후 진도군청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가족 의사를 모두 확인해 현재의 수중수색을 지속하는 것으로 결론 내렸다”고 밝혔다. 가족들은 26일 오후 진도실내체육관과 팽목항에서 따로 논의한 뒤 투표를 진행했다. 진도에 없는 두 가족에게는 전화로 의견을 받았다. 투표 방식은 9가족(실종자는 10명) 중 6가족이 찬성하면 받아들이는 가중정족수 방식이었다. 투표 결과 인양 찬성이 4가족, 수중수색을 계속하자는 의견이 5가족이었다.
세월호 실종자 가족들은 수중수색을 통한 실종자 발견 가능성이 아직 남아 있다고 판단했다. 배 변호사는 “대책본부가 가져온 해양 및 기상환경 자료 사고를 보면 사고가 발생한 4월보다 11월이 더 좋은 수색환경으로 나타난다”고 설명했다. 실종자가 남아 있을 것으로 추정되는 4층 선미 다인실과 실종자 가족이 재수색을 원하는 구역도 수색을 요청하기로 했다.
이와 관련해 수중수색을 담당하는 88수중의 정호원 부사장은 “선체 내부 붕괴로 작업이 어렵고 기상상태나 환경이 안 좋은 것은 사실이지만 수색은 계속한다”며 “이달 말까지 한 명의 잠수사도 철수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현재 수중수색은 88수중 소속 민간잠수사 39명 등 123명 규모로 이루어지고 있으며, 정조(停潮) 때 2인 1조로 최대 6개 조가 동시에 입수한다. 실종자 가족들과 대책본부는 안전문제를 점검하기 위해 28일 회의에서 선체 내부를 촬영한 영상을 외부 잠수사 등으로 구성된 검증팀에 제출하기로 했다.
이로써 당장 세월호 인양이 이뤄지지 않게 됐지만, 실종자 가족들은 여전히 인양 가능성을 남겨 뒀다. 이들은 인양 논의 과정에서 검토할 자료가 부족해 인양을 쉽게 받아들이지 못했다며 대책본부에 세월호 인양 검토 자료와 선체 인양계획을 제출하고 설명하라고 요구했다. 또한 2, 3일 내로 수립될 5차 수색계획을 검토해 잠수사 안전이 확보되지 않으면 이번 주말경 다시 회의를 열기로 했다. 배 변호사는 “인양 논의는 계속될 것이며, 가족들의 입장은 언제든 변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한 실종자 가족은 “인양이 수색에 도움이 된다면 빨리 결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7월 18일 294번째 사망자를 수습한 뒤 27일까지 102일째 추가 실종자는 발견되지 않고 있다.
전문가들은 수색 작업이 여전히 쉽지 않다고 지적했다. 수색 가능한 날짜가 예상한 만큼 많이 나오기 어렵다는 것이다. 세월호 침몰 수역 인근에서 작업 경험이 있다는 민간잠수업체 대표는 “11월에는 기온이 떨어지고 물살도 빨라져 입수 가능한 기간을 열흘, 무리하면 보름 정도로 본다. 너무 낙관적으로 보면 안 된다”고 밝혔다.
경기 안산시 등에 머물고 있는 세월호 유가족들은 실종자 가족의 ‘인양 반대’ 결정을 존중한다는 입장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