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설립된 모뉴엘은 삼성전자 북미 판매왕이었던 박홍석 대표가 맡으면서 공격적 마케팅으로 덩치를 키웠다. 지난해에는 매출 ‘1조 원 클럽’에 가입하며 승승장구했다. 그런 회사가 갑자기 은행 차입금을 갚지 못하겠다며 기업회생절차를 신청한 뒤 심사 과정에서 수출 서류를 위조해 불법 대출을 받은 정황이 드러났다. 10개 은행의 대출 잔액 6768억 원은 대부분 떼일 개연성이 높다. 올해 초 KT ENS 사태에 이어 최악의 ‘사기 대출’ 사건이란 말이 나온다.
▷모뉴엘은 박 대표가 지분 94.7%를 가진 비상장 회사다. 박 대표는 기업회생절차 신청 직후 종적을 감춰 비난을 받았다. 회사가 ‘속 빈 강정’이 됐을 지난해 66억 원의 배당을 받아 ‘먹튀’ 논란도 일고 있다. 그가 살고 있는 서울 강남구 청담동 마크힐스는 3.3m²당 1억 원이 넘는 전국 최고가(最高價) 아파트다. 회삿돈으로 구입해 본인이 살았다. 전형적인 도덕적 해이다. 국내외에서 찬사를 받던 벤처기업가가 사실은 불법과 사기의 달인이었다니 뒷맛이 씁쓸하다.
신연수 논설위원 ysshi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