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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문재인, 北核 소형화하는 판에 ‘전작권 연기’ 사과하라니

입력 | 2014-10-28 03:00:00


한국과 미국이 북한의 핵과 미사일 위협에 대처할 수 있는 한국군의 능력이 갖춰질 때까지 전시작전통제권 전환을 연기한 것에 대해 야당 의원들이 “군사주권 포기”라고 비판하고 나섰다.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의원은 어제 “박근혜 대통령은 대선 공약 파기와 주권 포기, 안보 무능에 대해 국민에게 사과해야 한다”고 주장한 데 이어 국정감사에서도 같은 논리를 폈다. 이에 대해 한민구 국방부 장관이 “전작권 전환 문제는 군사 주권의 문제가 아니다”라고 반박한 것은 타당하다.

북한이 핵탄두를 소형화했다는 분석이 나오는 마당에 이번 전작권 전환 연기 조치를 깎아내리는 것은 안보 현실을 외면한 정치 공세다. 커티스 스캐퍼로티 주한미군사령관은 24일 “북한이 핵탄두 소형화 능력을 가졌다고 믿는다”고 밝혔다. 북이 미사일에 탑재해 발사할 수 있도록 무게 1t, 지름 90cm 이하로 핵탄두를 만들 수 있다는 얘기다. 한국이 심각한 핵 위협에 직면해 있음이 분명하다. 북은 단거리 탄도미사일로 우리를 핵 공격하는 것이 가능한 반면, 우리에겐 이를 사전에 탐지하고 대응할 수단이 없는 형편이다.

한미 양국 국방장관은 23일(현지 시간) 이번 전작권 전환 연기 조치에 합의한 뒤 공동성명을 통해 “북한의 핵과 미사일 프로그램이 지역 및 세계 안보에 심각한 위협이 되고 있다”고 밝혀 이번 합의가 북한 핵으로부터 한국을 보호하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임을 강조했다. 이번 조치는 그나마 실효성 있는 대응 체제를 구축한 것으로 평가할 만하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2006년 “북한이 핵을 개발하는 것은 선제공격용이 아니라 방어용”이라고 말했다. 2008년에는 “유사시에 미국이 작통권(전작권)을 행사하는 상황은 북한을 더욱 두렵게 해 남북 간 대화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했다. 북이 불안을 느끼지 않도록 전작권 전환을 결정했다는 노 전 대통령의 발언 취지는 지금 돌아봐도 대한민국 영토를 보전할 책무가 있는 국가원수로서 부적절한 안보관이었다.

친노(친노무현) 수장으로 꼽히는 문 의원의 주장을 보면 노 전 대통령의 사고방식에서 한 치도 달라지지 않은 듯하다. 전작권은 전쟁 승리를 위한 군사적 지휘 수단인데도 ‘군사주권’과 연계시키는 것은 국민감정을 자극하는 의도적 왜곡이다. 독자적 핵 개발이 불가능한 우리로서는 한미연합사 체제를 유지해 미국의 핵우산을 확보할 필요가 있다. 정부는 궁극적으로 북핵 폐기를 위해 대북 압박은 물론 국제공조를 통한 다각도의 외교적 해법을 강구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