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세페 베르디가 74세의 고령에 쓴 오페라 ‘오텔로’(1887년)는 멋진 컬래버레이션의 사례입니다. 대본작가이자 소설가, 평론가, 그리고 오페라 ‘메피스토펠레’를 쓴 작곡가이기도 했던 아리고 보이토가 “셰익스피어의 ‘오셀로’를 소재로 멋진 오페라를 작곡할 사람은 내가 아니라 베르디”라며 대본을 써서 제공했거든요. 보이토는 이후 베르디의 마지막 오페라 ‘팔스타프’ 대본도 쓰게 됩니다.
흥미로운 점은 베르디와 보이토가 ‘한때의 적’이었다는 사실입니다. 보이토는 1860년대 이탈리아 문화계 ‘스카필리아투라’ 운동의 핵심 인물이었습니다. ‘봉두난발’이라는 뜻의 이 운동은 이탈리아 문화계의 중심이었던 작곡가 베르디나 시인 겸 소설가 만초니가 ‘낡고 퇴행적인 예술’에 머물러 있다고 보았습니다. 이들은 독일과 프랑스의 예술을 선진적 기법의 모범으로 수용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우리는 어떨까요. 한번 ‘진영’이 갈라지면 적대감을 버리지 못하는 사회 전반의 폐해가 문화계에서도 심각한 것은 아닌지, 돌아보게 됩니다.
국립오페라단은 11월 6∼9일 서울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 무대에 힘과 강력한 심리묘사가 빛나는 베르디의 걸작 ‘오텔로’를 올립니다.
유윤종 gustav@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