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니 사빌, ‘받침대’, 1992년.
이 작품에서 나체의 비만 여성이 받침대에 걸터앉은 자세를 취하게 된 것도, 밑에서 위로 올려다보는 구도가 선택된 것도 거대한 살덩어리를 강조하기 위해서다. 날씬한 미녀가 등장하는 이상적인 누드화 대신 뚱뚱한 추녀의 누드화로 관객의 에로틱한 환상을 깨는 이유는 무엇일까?
‘날씬병’에 걸린 현대인들이 여성의 외모를 어떤 눈길로 바라보고 있는지 알려주기 위해서다. 아울러 슈퍼 모델의 완벽한 에스라인 몸매를 선망하며 자기 파괴, 자기 부정을 일삼는 여성들에게 타인의 시선보다 중요한 것은 정체성을 찾는 것이라는 점도 일깨워준다. 그 증거로 비만 여성의 피부와 배경에는 페미니즘 문구가 새겨져 있다.
‘우리에겐 자신을 소중히 다루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일인가를 상기시켜줄 수 있는 누군가가 필요하다. 개성은 아름다운 육체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라 용기와 힘, 자신감, 지식, 성취감, 타인의 마음을 이해하는 능력 등 외모와는 상관없는 것들에서 생겨난다는 사실을 서로에게 확인받아야 한다. 우리가 자신을 서둘러 보수해야 하는 낡은 건물로 여길 때 우리 정강이를 걷어차 줄 누군가가 필요하다.’
사빌의 작품은 과연 아름다움의 신화를 깰 수 있을까? 그리고 아름답지 않으면 쓸모없는 인간이라는 편견에서 우리를 자유롭게 할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