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성하 기자의 힐링투어]스위스 산악관광마을 체르마트
체르마트의 샬레호텔 쇠네크에서 촬영한 해뜬 직후의 마터호른 봉. 북동풍이 불면 와류현상으로 구름이 머리칼처럼 휘날리는 모습을 연출한다. 저 뒤편이 이탈리아 땅이다. 체르마트(스위스)=조성하 여행전문기자 summer@donga.com
이런 여행. 우리 모두는 한순간도 쉼 없이 꿈꾸고 또 떠난다. 그런 우리 중에 내년 유럽여행을 꿈꾸는 분이 있다면 스위스를 꼭 기억해주기를 바란다. 거기서도 마터호른 봉이 있는 산악관광마을 체르마트를 찾아보라고 강력히 권한다. 그것도 7월과 8월이면 좋겠다. 그런 데는 분명한 이유가 있다. 내년이 마터호른 봉의 초등 150주년이어서다.
알프스산악에서 즐기는 킥바이크. 페달과 안장이 없는 자전거다.
내가 체르마트를 찾은 것은 지난 9월. 거의 10년 만에 다시 찾은 것인데 변한 것은 거의 없었다. 마을이 좀더 우아하고 고급스럽게 단장된 것 외엔. 나는 비 오던 날 아침, 마터호른 봉의 모습과 주변 고봉의 파노라마가 가장 인상적으로 펼쳐지는 수네가(2288m)를 기차로 올랐다. 그리고 킥바이크(Kick bike)를 타고 산길을 내려오며 체르마트 계곡의 산악을 섭렵했다. 킥바이크는 페달과 체인, 안장이 없는 자전거. ‘큰 바퀴의 킥보드’라고 보면 된다. 역시 한 발을 구르며 타지만 이런 산악에선 다운힐만 하므로 그런 수고도 필요 없다. 도중에 경치도 감상하고 사진도 촬영하며 또 산중호텔에서 커피도 마시며 두 시간동안 천천히 내려오는 킥바이크 여행. 내년 여름 체르마트에 가거들랑 꼭 한 번 따라 해보기를 권한다. 알프스의 산악을 제대로 즐기는 새로운 방법이다.
한여름 체르마트에선 아주 특별한 체험도 준비돼 있다. 스키다. 한여름에 무슨 스키냐고 할지 모르겠지만 지구상에 그런 곳이 몇 곳 있다. 빙하지대인데 미국의 마운트후드(오리건 주), 오스트리아 알프스의 슈투바이탈(인스부르크 부근), 그리고 이곳 체르마트다. 마터호른 봉 아래를 지나는 테오둘 빙하가 그곳. 여름뿐 아니라 일년 365일 개장한다. 내가 찾은 그날도 수백 명이 스키를 즐기고 있었다. 해발고도가 4000m가 넘는 빙하스키장의 당시 기온은 영하 3도. 겨울에 입던 스키복이 이곳 한여름 빙하에서도 제격이었다. 테오둘 빙하 스키장은 지구상에서 가장 풍광이 멋진 곳이다. 마터호른 봉을 마주보고 그걸 향해 달려 내려가니 이론의 여지가 없다. 나는 거기서 오스트리아 이탈리아 슬로베니아 등 8개국의 평창겨울올림픽 꿈나무 스키선수들이 훈련하는 모습도 보았다.
체르마트 마을길로 전기차가 지나는 모습. 뒤로 고르너그라트 산악열차가 보인다.
체르마트는 알프스의 허다한 산악관광마을 가운데서 최고가 아닐까 생각한다. 그 이유 중 첫 번째는 ‘더 맑은’ 공기다. 해발 1620m의 이곳엔 호텔이 121개나 되고 상주인구도 6000명이다. 결코 적지 않다. 그런데도 자동차가 없다. 알프스 최초이자 유일의 카 프리 빌리지(Car free village)다. 물론 차가 있다. 모두가 소형 전기차다. 심지어 공사자재를 실어 나르는 화물차까지도. 화석연료 사용으로 인한 대기오염이 전혀 없다는 게 이 마을을 찾는 여행자들을 행복하게 만든다. 두 번째는 역시 마터호른 봉이다. 마을 어디서도 보이며 시시각각 구름과 햇빛의 조화로 그 모습이 변한다. 특히 해뜰 녘 빨갛게 물든 모습은 압권이다.
글래시어 익스프레스(빙하특급) 열차가 호스펜탈 계곡을 지나고 있다. 스위스정부관광청 제공(크리스토프 손더레거 촬영)
마지막으로 체르마트 마을의 매력을 하나 더 들자면 아주 고전적인 산악마을의 분위기다. 마을 전체가 전통목조샬레(3층 가옥)고 그 사이로는 예스러운 좁은 골목이 이어지는데 곳곳에 100년도 넘은 낡은 집이 잘 보존돼 있다. 호텔과 식당, 상점이 밀집된 중심거리 역시 고답적이다. 그 거리는 배낭을 메고 있는 등산객과 관광객, 손님을 실어 나르는 마차와 앙증맞은 전기차로 북적인다. 1865년 마터호른 봉에 초등한 영국인 에드워드 윔퍼가 묵었던 호텔 몬테로사도 여기서 만난다.
이런 체르마트이다 보니 오기 전 계획은 의미가 없다. 왜? 와서 보면 그게 무용지물이 되기 때문인데 너무도 할 게 많아서다. 오로지 필요한 건 하이킹에 필요한 등산화 모자 배낭 선글라스 그리고 무엇이든 도전해볼 뜨거운 열정뿐이다. 권하건대 적어도 사흘 밤은 묵으며 고르너그라트와 로트호른, 마터호른 글래시어 파라다이스의 하이킹 트레일을 두루 섭렵하길 바란다. 우리 산에선 느낄 수 없던 새로운 감흥이 폭포처럼 쏟아질 터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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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르마트(스위스)=조성하 여행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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