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althy&Beauty]에이즈는 치료 필요한 ‘만성질병’
2013년 세계 에이즈의 날을 맞아 한국에이즈퇴치연맹이 서울 청계광장에 마련한 플래시몹 행사에 참여한 청소년들이 에이즈 퇴치 운동의 상징인 빨간 리본을 만들어 보이고 있다. 동아일보DB
이진수 인하대병원 감염내과 교수
주위에서 누군가 힘겹게 병마와 싸우고 있다고 하면 사람들은 대개 환자를 위로하고 용기를 북돋워 줄 것이다. 그러나 유독 HIV 환자에겐 따가운 눈총을 보낸다. HIV는 성관계, 수혈, 모자 수직감염 등의 다양한 경로로 감염된다. 이 중 성관계가 주요 감염 경로인 것은 사실이나 성관계를 통해 감염됐다 하더라도 감염된 것이 환자의 잘못은 아니다. HIV 감염도 다른 바이러스 질환처럼 하나의 감염 질환일 뿐이다.
1980년대 처음 발견됐을 당시 HIV는 일단 감염되면 사망하는 질환으로 여겼으나, 이제는 좋은 치료제가 많이 개발돼 고혈압, 당뇨병처럼 평생 관리하는 만성질환으로 바뀌었다. 질병관리본부에 다르면 2013년 현재 국내 HIV 감염자는 8662명으로, 1985년부터 2013년까지의 누적 감염 신고자 1만423명 중 80% 이상이 생존해 있다. HIV는 의사와 함께 꾸준히 치료하고 관리하면 얼마든지 다스릴 수 있는 질환이 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 많은 HIV 감염인들이 치료 자체보다 그들을 바라보는 세상의 따가운 시선에 힘들어한다. HIV 감염인들에 대한 사회의 잘못된 편견은 그들을 그늘 속에 숨게 해 효과적인 치료와 예방을 어렵게 만든다. HIV 감염인들이 취업이나 사회 생활에서 차별받는 일이 없어야 환자들이 마음 편하게 제대로 된 치료를 받을 수 있다. 그래야만 우리 사회 전체적으로 HIV 감염을 예방하고 에이즈로 인한 사망자를 줄일 수 있다.
얼마 전 성공적으로 마무리된 아시아경기대회의 구호가 ‘Diversity shines here(다양성이 여기에 빛난다)’였다. 최근 들어 성적 소수자에 대한 사회의 인식은 조금씩 긍정적인 쪽으로 변화하고 있는 듯한데, HIV 감염인들에 대한 시선은 어떠한지 한 번쯤 점검해 볼 필요가 있다.
HIV 감염인이나 성적 소수자들은 틀림이 아닌 다름으로 함께해야 한다. 이제 더이상 ‘에이즈의 날’이 특별한 날이 되지 않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