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기업 살리는 산학협력]
고려대는 1999년부터 학생들의 기술창업을 독려하는 창업보육사업을 해왔고 현재 예비창업기업 22개, 학생창업동아리 10여 개를 운영 중이다. 2008년 9월에는 ‘Campus CEO’라는 교양과목을 개설해 창업이론과 실전을 가르치고 있다. 이 프로그램은 서울시에서 우수성을 인정받아 2012년부터 창조인력양성사업으로 서울 주요 대학에 보급됐다. 올해는 대학원생을 대상으로 연구기획에서부터 창업 연계까지 역량을 키워주는 ‘R&D CEO’ 과목을 개설했다.
학생들이 기업가를 수업시간에 만나 노하우를 배울 수 있다. Campus CEO 과목은 수업마다 엔터테인먼트사 대표, 앱 개발업체 대표 등이 학생들과 창업 아이디어를 논의한다. R&D CEO 과목에서는 매 수업마다 창업 아이디어 20여 개씩을 발굴해 사업화를 놓고 치열한 토론을 벌인다.
고려대는 창업이 아이디어에서 그치지 않도록 매년 ‘창업경진대회’를 열고 있다. 수상팀에는 창업공간(인큐베이팅 센터)을 제공하고 시제품 제작비를 우선 지원한다. ‘KU Grant’ 프로그램 역시 2010년부터 46건의 아이디어에 대해 재료비, 위탁개발비 등을 지원해왔다. 교수와 학생들이 검증한 제품들은 기술지주회사 자회사로 연계하도록 지원하고 있다.
맛집 애플리케이션 회사 ‘모두의 지도’ 이문주 대표는 고려대 Campus CEO 11기 수료생. 지난해 12월 회사를 설립해 본격적으로 창업에 뛰어들었다. 창업경진대회에서 우수한 성적을 거둔 뒤 KU Grant 시제품 제작비를 지원받아 기존 맛집 앱과는 차별화된 앱을 개발했다. 현재는 서비스지역 확대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이 대표는 “모든 이들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소셜랭킹 서비스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고려대 기술지주회사는 청년 CEO 발굴 및 유망 자회사 육성을 위해 자금, 창업공간, 컨설팅을 지원하고 있다. 지난 4년간 40건에 대해 시제품 개발비 등 13억 원을 지원했다.
이런 창업지원 프로그램은 실제 학생창업으로 이어져 결실을 거두고 있다. 학생 아이디어로 창업한 ㈜제우기술은 샤프 트리니어 모터 사업을 추진 중이다. 올해 상반기 창업에 성공해 현재 제품 개발을 완료했고 매출도 올리고 있다.
㈜스트롱홀드테크놀로지는 사회학과 학생이 창업한 스마트 커피 로스터기 제조 벤처회사로 최근 소프트뱅크벤처스로부터 8억 원을 투자 받았다. 회사는 로스팅 경력이나 기술이 없는 사람도 고급 커피를 만들 수 있도록 하고 시간, 비용, 노력을 줄이면서 고급 원두를 생산하는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해외에서도 기술력을 인정받아 미국, 독일 등 국제 발명전에서 금상을 받는 등 수상 성과도 이뤘다. 우종욱 스트롱홀드테크놀로지 대표는 대학 재학시절 친구들과 함께 커피 로스팅 사업에 착안했다. 처음에는 제품 오작동도 있었고 기존에는 없던 제품이라 마케팅에 어려움을 겪기도 했지만 지주회사가 뒷받침 역할을 해줬다.
올해 새로 진행된 창업 중 ㈜포티움은 스포츠의학과 학생의 창업 작품이다. 혈액순환 타이즈를 비롯해 기능성 의복을 개발하는 사업으로 처음에는 창업경진대회에서 본상을 수상하지 못했다. 하지만 창업에 대한 열정과 지주회사의 지속적인 멘토링을 통해 창업에 이르게 됐다. 지주회사의 인큐베이팅센터가 창업 공간을 제공하고 시제품 개발비를 지원했다. 내년부터는 본격적인 매출도 예상된다고 한다.
Campus CEO 5기 수료생인 도희성, 노종찬 씨는 2011년 5월 ㈜원트리즈뮤직을 설립했다. 전 세계에서 저작권료가 없는 일명 개방형 저작물(CCL)을 수집해 각 매장에 저렴하게 음악을 제공하는 회사다. 현재 국내에서 7000여 곳의 유통매장에 서비스를 공급하고 최근에는 8억 원의 투자유치에도 성공했다.
김상식 산학협력단장은 “창업교육은 진로의 폭을 광대하게 넓히고 미래를 설계하도록 돕는데 목적이 있다”며 “창업을 꿈꾸는 학생들에게 훌륭한 멘토와 허브 역할을 해줄 것”이라고 말했다.
이은택 기자nab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