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ITY100 다이어리
―서효인(1981∼)
등에 뜨거운 바람이 분다 번지가 여러 개인 골목이 길게 숨어서 휘파람을 분다 대실된 모텔에서처럼 길고 순한 알몸들이 끈끈하게 들러붙기 전에, 가야 한다 과속 방지 산맥을 넘고 넘어 달리는 오토바이의 다리는 볶은 양파의 깔깔한 교태에 있는 힘껏 취한다
한 때는 짬뽕을 시키는 궁상들의 허기를 달래 주는 단무지 색 머리칼의 혁명가가 되려 하였다 신장개업 취화루 놈과 눈을 흘기게 되면서 등에서 부는 뜨거운 바람이 게릴라의 노래가 아니요, 궁상들의 독촉 소리라는 걸 알았다 번지와 번지 사이 너른 허기의 끈을 당기며 녀석의 얄궂은 미소를 떠올린다 휘파람 소리 힘껏 뜨겁다
역시 혁명은 매운 붉은색이 틀림없다
CITY100은 길에서 흔히 눈에 띄는 배달용 오토바이다. 한 그릇이라도 더, 면발이 불기 전에 배달하기 위해 위험을 무릅쓰고 속도를 내는 배달원의 삶은 문자 그대로 사투(死鬪)다. 머리카락을 노랗게 물들인 배달 청소년의 참혹한 사고를 참혹한 웃음으로 마무리하는 시인의 참혹한 심정이 찌르르하다. 어젯밤에 우리 동네에 앰뷸런스와 순찰차가 왔었다. “주인이 오토바이 가지러 온다는데요?” 구급대원이 경찰에게 하는 말을 들으며 앰뷸런스를 들여다보니 한 소년이 실려 있었다. 그 지경이 돼서도 오토바이 걱정을 하던 소년아, 제발 많이 다치지 않았기를!
황인숙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