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영욱 사진부 차장
신문을 펼쳐 보니 정말 TV 화면과 다른 얼굴이었다. 기사를 쓴 기자에게 조심스레 전화를 했다. 그 기자는 여배우 사진이 분명하다고 말했다. 해당 방송국에서 언론사에 제공한 사진이라고 했다. 그제야 가슴을 쓸어내리고 친구에게 “잘못되지 않았다”는 답 문자를 보냈다.
다시 신문을 들었다. 곰곰이 보다 보니 왜 다른 사람으로 오해했는지 추측할 수 있는 단서가 눈에 들어왔다. 그 여배우는 드라마 속에서 훤한 이마가 포인트였다. 이 사진에서는 머리를 내려 이마를 가렸고 하관은 평소보다 갸름했다.
과거에는 기자들이 연예인 사진을 찍는 게 그다지 어렵지 않았다. 10년 전 어느 사진기자 선배는 퇴직 후 커피 체인점을 열면서 현역 시절 찍어둔 연예인과의 기념사진을 매장에 전시해 인기를 끌었다. 카페 주인이 한류 스타들과 어깨동무를 하고 있다는 사실 때문에 특히 일본인 관광객들이 문전성시를 이뤘다.
연예기획사가 체계화된 지금은 불가능한 마케팅 방법이다. 확실히 2000년대 중반부터 신문사로 연예인이 찾아오는 경우가 많이 줄었다. 연예인이 소속된 회사가 정한 시간과 장소에 맞춰 사진기자들이 가거나 사진을 제공받는다.
연예인은 신문사 사진기자들이 찍는 사진보다 기획사가 정한 스튜디오에서 작업하는 게 훨씬 편할 것이다. 사진기자의 사진은 오히려 성에 안 찰 수도 있다. 그 사진에 자신들의 실제 모습이 고스란히 표현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 때문일 수도 있고, 자신이 원하지 않는 이미지가 연출될 수 있다는 의심 때문일 수도 있다. 그러니 대본이 있는 드라마나 연예 프로그램 한 시간 분량을 채우는 것보다 스틸 카메라 앞에서 10분 포즈를 취하는 것이 더 어렵다는 영화배우도 많다.
게다가 스튜디오의 카메라맨은 포토샵으로 보정해 달라는 요구도 잘 들어줄 것이다. 하긴 이상적인 모습으로 표현되길 원하는 게 어찌 연예인만의 바람이겠는가. 이 시대를 사는 모든 사람의 욕망일 수도 있다.
변영욱 사진부 차장 cu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