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트렌드 생활정보 International edition 매체

선장도 없는데, 서로 할퀴는 롯데

입력 | 2014-10-29 03:00:00


이제는 롯데만 남았다. 28일 현재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한 프로야구 5개 팀 중 새 감독을 뽑지 못한 팀은 롯데밖에 없다. 그런데 요즘 롯데의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한목소리를 내도 모자랄 판에 새 감독 선임을 둘러싸고 선수와 코치, 선수단과 프런트가 심각한 내홍을 겪고 있다.

27일 “선수단이 공필성 코치의 감독 선임을 결사반대하고 있다”는 보도가 나오면서 이면에 숨어있던 구단 내부 갈등이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보도가 나온 뒤 주장 박준서는 기자들에게 문자를 보내 “선수단은 결단코 공필성 감독 결사반대라고 한 적이 없다. 감독, 코치 선임은 선수단이 관여할 문제가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이날 저녁 다시 한번 말이 바뀌었다. 선수단 모임에서 격론이 오간 끝에 선수들은 “이문한 운영부장이 오고 난 뒤 ‘이문한 라인’이 형성돼 선수단을 이간질하고 와해시키는 일이 생겼다”는 내용의 성명서를 발표했다. 박준서도 자신이 보낸 문자메시지에 대해 “이 부장으로부터 선수들을 다치지 않게 한다는 확답을 받았기 때문에 반박 메시지를 보냈던 것”이라고 말했다.

롯데는 올 시즌 내내 극심한 내부 갈등에 시달렸다. 5월 권두조 수석코치의 훈련 방식에 불만을 품은 선수들의 집단 반발로 권 코치가 사임했고, 프런트측 코치와 비프런트측 코치는 서로 대화도 나누지 않았다. 팀은 2년 연속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했고, 김시진 전 감독은 시즌 후 스스로 지휘봉을 내려놨다.

이 사태의 중심에 선 공필성 코치는 지역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권 코치가 쫓겨날 때 화가 나서 선수들 모아놓고 한바탕 퍼부은 건 사실이다. 지금도 선수가 훈련 양을 명분 삼아 코치를 쫓아낸다는 걸 받아들일 수가 없다. 더 잘해보려 악역을 맡은 것밖에 없다”고 했다.

LG가 2003년부터 암흑의 10년을 보낼 때 한 야구인은 “상대 팀과 싸워야 하는데 자기들끼리 싸우고 있더라”고 했다. 요즘 롯데의 모습이 딱 그렇다.

이헌재 기자 uni@donga.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