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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동 꺼! 반칙운전]美 통학버스 운전사 “난 전문직” 자부심 넘쳐

입력 | 2014-10-29 03:00:00

깐깐한 선발… 10주간 꼼꼼한 교육




미국 뉴욕 주 빙엄턴 근교에 있는 베스털 스쿨버스 스테이션 총괄자 로저 워런 씨가 통학버스 운전기사 교육에 사용하는 교재를 펼쳐 보이고 있다. 빙엄턴=곽도영 기자 now@donga.com

“스쿨버스를 운전한 지 10년이 넘었어요. 아직도 매일 아이들 얼굴을 볼 수 있다는 게 가장 행복해요.”

미국 뉴욕 주 빙엄턴 근교에 있는 베스털 스쿨버스 스테이션에서 최근 기자가 만난 세라 씨의 말이다. 백발을 단정하게 묶은 70대 운전기사는 퇴직 후 얻게 된 스쿨버스 운전 일을 매우 자랑스러워했다.

미국에선 스쿨버스가 비행기나 기차, 일반 승용차보다도 안전한 교통수단이다. 지난해 도로교통공단 교통과학연구원의 연구에 따르면 2004년 기준 미국 내 1억 주행 km당 사망률이 승용차 0.94명, 비행기 0.06명, 기차 0.04명이지만 스쿨버스는 0.01명에 불과했다.

미국 스쿨버스의 안전 비결은 운전기사들의 자부심과 전문성에 있었다. 뉴욕 주는 미국 안에서도 스쿨버스 관리가 가장 철저한 곳 중 하나다. 지역 내 중심 학군마다 스쿨버스 스테이션을 설치해 기사 선발 과정과 전담 교육을 관리하고 있다.

스테이션은 버스 운전기사들의 교육기관이자 중앙 본부다. 예비 기사들은 주정부에서 지원 허가를 받은 뒤 이곳에서 최대 10주간의 시험과 교육 기간을 거친다. 두께가 5cm, 총 15단원에 달하는 운전기사용 교과서를 펼쳐 보니 단순한 법적 규제 내용을 넘어서 “자신의 안전 기록에 자부심이 있는가?” “미디어, 오토바이 운전자, 학부모에게 적절히 대응할 수 있는가?” 등 스쿨버스 운전기사로서의 신뢰성과 도덕성에 관한 내용이 담겨 있었다. 스테이션 총괄자 로저 워런 씨는 “스쿨버스 기사들은 운전 능력 외에도 어린이 안전 관련 지식을 완벽히 이해해야 하고 배려심, 책임감이 있어야 한다. 매년 체력 시험과 운전 연수도 새로 거쳐야 하고 마약 테스트나 인성 검사는 기본이다”고 말했다.

스테이션 직원(기사와 정비공 등) 92명은 출근과 퇴근 시 모두 이곳에 모여 안전운전을 다짐하고 일일 운행 기록을 제출한다. 워런 씨는 “까다로운 규정과 철저한 교육으로 인해 뉴욕에서 스쿨버스 기사는 자부심이 높고 존중받는 직업”이라고 말했다.

빙엄턴=곽도영 기자 now@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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