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銀에 수천억… 관리인과 안면” 피해자 가정 파탄시킨 2명 구속
서울 강남구의 한 건물 관리부장인 이모 씨(45)는 2012년 5월경 밀린 임금을 지급받지 못해 경제난에 시달리고 있었다. 전전긍긍하던 그에게 지인을 통해 알게 된 박모 씨(50)가 솔깃한 제안을 내놓았다. 일행 한 명과 함께 그를 찾아온 박 씨는 “마르코스 전 필리핀 대통령의 부인인 이멜다 여사의 비자금 수천억 원이 한국은행에 잠자고 있다”고 운을 뗐다. 구두 쇼핑 중독으로 유명한 이멜다 여사는 ‘사치의 대명사’로 여겨진다.
박 씨는 “비자금 관리를 위임받은 회장님을 알고 있다. 그분과 함께 정재계 인사를 움직여 비자금을 유통시킬 생각이니 경비를 마련해 달라”고 말했다. 이어 “비자금 중 일부로 당신이 근무하는 건물을 함께 인수한 뒤 재분양하자”고 덧붙였다. 박 씨 일당은 ‘회장님’으로 소개한 지인이 이멜다 여사와 함께 찍은 사진까지 보여줬다. 건물주가 될 꿈에 부푼 이 씨는 경비 명목으로 1억 원을 건넨 뒤 박 씨 일당을 접대하기 위해 유흥비 1억 원을 썼다.
이 씨는 아파트 담보대출과 동생의 결혼자금, 가족의 신용카드를 빌려 박 씨 일당에게 돈을 줬으나 9개월이 지나도록 비자금을 꺼내 오는 데 성공했다는 소식은 들리지 않았다. 자신이 속았다는 것을 깨달은 이 씨는 박 씨 일당을 경찰에 고소했다. 서울 강남경찰서는 비자금 투자 유치를 빌미로 사기 행각을 벌인 박 씨 등 2명을 사기 혐의로 구속했다고 28일 밝혔다. 경찰 관계자는 “이멜다 여사의 비자금은 실체가 없는 것이었다. 충격이 컸던 이 씨는 세 차례나 자살을 시도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