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주식회사 제도에서 기업의 소유와 경영은 대개 분리돼 있다. 소유와 경영의 분리가 갖는 최대 장점은 자본 조달의 용이성이다. 투자에 필요한 자본을 주식시장을 통해 쉽게 모집할 수 있다. 하지만 늘 등장하는 논란거리도 존재한다. 바로 ‘대리인 문제’다.
대리인인 최고경영자(CEO)와의 계약 관계에서 주주들은 CEO가 주주들의 이익을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을 약속 받고 그에 따라 적절한 보상을 제공한다. 그러나 CEO가 주주 이익 극대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는지 관리·감독하기란 쉽지 않다. 이에 따라 전문 경영인들은 주주의 이익보다 본인의 사적 이익을 추구하는 ‘도덕적 해이’ 현상을 종종 보이곤 한다.
대리인 문제로 인해 경영학계에선 강력한 기업지배구조를 통해 CEO들의 경영권을 제한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연구들이 많다. 하지만 과연 그럴까. 독일 만하임 경영대 슈테판 루엔지 교수팀의 최근 연구는 이 같은 통념을 뒤집는다.
연구 결과 표본 기간 동안 가상의 포트폴리오는 연간 4∼10%의 초과 수익률을 기록했다. 즉, CEO의 자기주식 보유비율이 높은 기업의 수익률이 그렇지 않은 기업의 수익률보다 높게 나타났다. 더불어 경영에 대한 재량권이 클수록 CEO의 자기주식 보유비율과 초과 수익률 사이에 양의 상관관계가 더욱 뚜렷하게 나타났다. 이는 CEO들을 옥죄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라는 시사점을 던져준다. CEO들이 주주들의 이익을 극대화하려는 ‘선한 의도’를 갖고 있다면 그들의 일거수일투족을 감독하는 것보다는 기업을 자유롭게 경영할 수 있도록 해 주는 게 더 효과적이다.
엄찬영 한양대 파이낸스경영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