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찾은 朴대통령/시정연설] 朴대통령, 경제활성화 뒷받침 당부
박근혜 대통령은 29일 국회 시정연설에서 소위 ‘세 모녀법’으로 불리는 국민기초생활보장법 개정이 지연돼 신규 기초생활보호대상자 13만 명을 위한 예산 2300억 원을 한 푼도 쓰지 못하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 예산은 올해 2월 서울 송파구에 살던 세 모녀가 복지의 사각지대에 놓여 생활고에 시달리다 자살하는 사건이 발생하자 긴급 편성한 것이다.
박 대통령은 “꼭 필요한 법률 개정이 제때 이뤄지지 못하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에게 돌아간다”며 이 사례를 꼽았다. 박 대통령은 시정연설에서 경제 활성화 및 민생 법안의 처리가 얼마나 시급한지 설명하는 데 대부분의 시간을 할애했다.
이어 박 대통령은 세부 예산 명세를 상세히 설명했다. △복지 분야 115조5000억 원 △창조경제 8조3000억 원 △연구개발(R&D) 18조8000억 원 △일자리 지원 14조3000억 원 등 분야별 책정 예산과 쓰임새를 조목조목 짚었다. 올해 2월 발표한 경제혁신 3개년 계획의 본격적인 추진을 예고한 것이다.
그러면서 박 대통령은 “내년 경제를 살리기 위해 빚을 내서 재정을 확대한 만큼 한 푼이라도 허비하지 않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특히 복지사업의 부정수급과 관련해 “부정수급을 사전예방하고 부정수급자 적발 시 일벌백계해서 재정누수를 철저히 차단하겠다”고 말했다.
또 “최근 잇따라 제기된 방산(防産) 및 군납 비리와 같은 예산집행 과정의 불법행위는 안보의 누수를 가져오는 이적행위로 규정하고 강력히 척결해 뿌리를 뽑겠다”며 “공직혁신과 부패척결을 이루지 않고는 지금 우리의 노력은 밑 빠진 독에 물붓기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 국방위부터 예산심사 스타트
박 대통령은 세부 예산 명세를 소개하면서 가장 먼저 안전 분야 예산의 쓰임새를 상세히 설명했다. “국가의 기본책무인 국민의 안전부터 확실히 지키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이어 “최근 우리는 과거로부터 이어져 온 각종 적폐(積弊)의 흔적들이 세월이 흘러도 후손들에게 상처로 남는다는 교훈을 얻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세월호 참사’와 관련해선 직접 언급하지 않았다.
이날 박 대통령의 시정연설은 A4 용지 18장 분량으로 연설 시간만 37분이 걸렸다. 청와대는 지난달 초부터 시정연설을 준비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박 대통령은 연설 직전까지 문안을 다듬었다고 한다. 실제 연설문에는 이날 오전 발표된 세계은행의 기업환경평가 결과가 포함돼 있었다.
박 대통령의 시정연설을 시작으로 본격적인 ‘예산 전쟁’의 막이 올랐다. 이날 국회 국방위원회는 전체회의를 열어 국방부와 병무청, 방위사업청 등에 대한 내년도 예산안을 심사했다. 상임위 가운데 가장 먼저 예산 심사에 들어간 것이다. 다른 상임위들도 예산심사소위원회를 구성하는 등 예산안 처리를 위한 준비 작업을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