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년전 최연소 에베레스트 무산소 등정… 이뉴라테기 씨 방한
희귀질환자 돕기 ‘678 프로젝트’ 나서

28일 서울 중구 을지로 롯데호텔에서 만난 스페인 출신 산악인 알베르토 이뉴라테기 씨(46·트렉스타 글로벌 홍보대사·사진)는 최연소(1992년·당시 24세)로 에베레스트 무산소 등정에 성공한 전설적인 산악인이다. 세계에서 10번째로 8000m급 고봉 14곳에 모두 올랐다. 그의 대답은 눈 덮인 크레바스(빙하가 갈라져 생긴 절벽)가 가득한 곳을 헤쳐 온 베테랑 산악인치고는 너무도 밋밋했다. 그런데 2002년 안나푸르나 등정 이야기를 꺼내자 태도가 조금 달라졌다. 그는 당시 정상에 도전하던 중 약 7000m 높이에서 산소통의 도움 없이 일주일을 버텨야 했다. 기상 악화로 올라가지도, 내려가지도 못했다. “제가 산에서 고생한 이야기를 하면, 가족들이 더이상 산에 오르지 못하게 할 겁니다. 지금도 산으로 떠날 때면 가족들이 ‘하루가 1년 같다’고 합니다.”
그럴 만도 했다. 그는 14년 전 산에서 친형을 잃었다. 가셔브룸 2봉(8035m)을 오른 뒤 내려오던 길이었다. 이뉴라테기 씨는 최근 들어 조금 다른 이유로 산에 오르기 시작했다. 희귀 신경변성질환 환자를 돕는 스페인 재단 ‘더블유오피(WOP·Walk On Project)’를 돕기 위해서다. 그는 6000m급, 7000m급, 8000m급 고산을 새로운 경로나 희귀 경로로 오르는 ‘678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권기범 기자 kaki@donga.com